[송대리의 잇(IT)트렌드] 가상 부동산? 조심하셔야 합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5월 28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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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직장인, 그 중에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대리님들을 위한 IT 상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점심시간 뜬금없는 부장님의 질문에 난감한 적 있잖아요? 그래서 저 송대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장님, 아니 더 윗분들에게 아는 ‘척’할 수 있도록 정보 포인트만 쏙쏙 정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테슬라, 클럽하우스, 삼성, 네카라쿠배 등 전세계 IT 소식을 언제 다보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피곤한 대리님들이 작게나마 숨 한번 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 요금 가짜 부동산… 아니지, 가상 부동산이라는게 있다면서?


가상 부동산하면…, 왠지 부루마블이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별장을 짓고, 빌딩, 호텔을 샀던 게임 말입니다. 그래도 부루마블은 게임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를 사용했죠. 부장님이 물어보신 가상 부동산은 네, 그렇습니다.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로 사는거에요. 존재하지도 않는 부동산에 말이죠.

요즘 메타버스라는 말을 자주 들으실 겁니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Teta)에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 더한 합성어죠. 뭐, 일종의 가상세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임 속 세상처럼요. 그런 가상세계가 여러 개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데요. 그 메타버스 속 부동산 그러니까 집이나 땅을 실제 화폐로 사고 판다는 겁니다. 가상 부동산 자체는 크게 이슈되지 않죠. 정확히는 가상 부동산 거래가 이슈인 셈입니다.

2. 그러니까, 가상으로 만든, 어딘가에 이 지구와 다른 지구가 있고, 그 속 부동산을 사고 판다고?

네, 맞아요. 땅을 사고 팝니다. 실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부동산을 말이죠. 한두 개도 아닙니다. 많아요. 가상 지구가 여기저기 출몰한 셈입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2020년 11월 호주 출신 개발자가 만든 가상 부동산 세계 ‘어스2(Earth2)’입니다. 메타버스형 게임, 메타버스형 플랫폼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출처: 어스2 홈페이지
출처: 어스2 홈페이지

어스2 속 부동산 정보는 구글이 서비스하고 있는 3차원 지도, ‘구글 어스’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지구와 동일한 크기로 가상 지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어스2 속 땅을 가로 세로 10m짜리 정사각형 즉, 10㎡ 단위로 쪼개서 팔고 있습니다. 지구 위 땅을 격자 모양 타일로 잘라서 판매하는 것인데요. 어스2 내에서도 10㎡ 한칸을 ‘타일’이라고 부릅니다. 저렇게 해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영역, 그 땅위에 뭐가 있든 그냥 동일하게 잘라서 팔고 있어요.

3. …그 땅을 사서 도대체 어디에 쓴다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나? 그래서 가상 부동산… 그러니까, 가상 땅 가치가 올라가기라도 해? 싸게 사서 쉽게 팔기라도 하는 거냐고?


저도 처음에 가상 부동산 얘기를 들었을 때 부장님과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가상세계잖아요. 대체 그 안의 부동산을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는건지. 이유를 줘야 하겠죠. 부장님 말대로 여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좋은 땅을 선점하겠다는 거죠. 우리나라 강남처럼 실제로 부동산이 아주 비싼 지역을 싸게 산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걸 원하는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있어요.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스2는 가상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이거든요.

페이팔이나 비자,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를 이용해 타일을 살 수 있습니다. 값이 오르면? 되판 뒤에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어요. 지난해 11월 게임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전세계의 타일 당 가격은 0.1달러였는데요. 5월 20일 기준, 우리나라 타일당 가격은 2만 5,000원(22.7달러) 정도로 올랐습니다. 미국(57.97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요.

4. 전세계 어디든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청와대나 에펠탑 이런 곳도 살 수 있나?

어스2 속 청와대 주변 가상 부동산 모습, 출처: 어스2
어스2 속 청와대 주변 가상 부동산 모습, 출처: 어스2

네, 맞습니다. 우선 청와대가 있는 가상 부동산은, 왜인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이 샀네요. 총 506개 타일로 되어 있고요. 현재 약 1만 2,000달러(한화 약 1,300만 원) 정도입니다.

어스2 속 에팔탑 주변 가상 부동산 모습, 출처: 어스2
어스2 속 에팔탑 주변 가상 부동산 모습, 출처: 어스2

에펠탑이 있는 가상 부동산은 영국인이 구매했네요. 총 182개 타일이고… 약1,500달러(한화 약 170만 원)라고 합니다. 이렇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 부동산 가격이 저 어스2 가상지구에도 반영되고 있는 셈이에요.

출처: 어스2
출처: 어스2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저도 한번 구매해봤습니다. 여의도 KBS 본관 가상 부동산을요. 한칸만 선택하고 현재 가격인 23.53달러를 신용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카드 결제 문자도 받았죠. 그런데, 어스2 홈페이지에 반응이 없는 겁니다. 순간 ‘사기 당했나? 뭐지? 그래도 신용카드로 결제해 기록이 남았으니 큰 문제 없겠지?’라고 생각했죠. 홈페이지 반영이 느릴 수도 있는 거고요. 기다려봤는데,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구매해봤습니다. 이번에는 24달러에 결제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똑같았어요. 바로 고객 센터에 연락했지만, 2주가 지난 지금도 환불 처리는 안되고 있습니다. 저만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일 수도 있지만…, 문제인거죠. 주변 사람에게 많이 물어보고 검색해보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돈만 결제되고 구매되지 않는, 오류를 겪는다고 합니다. 혹시나 이런 가상 부동산 구매 등은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5. 그건 그렇다 치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그래 그럼 그중에 부동산 거래로 이익을 본 사람이 있나?

일단 거래 규모부터 말씀드릴게요. 미국에서 약 80억 원, 한국에서 약 50억 원 정도 거래가 이뤄졌답니다. 가상 부동산을 산거죠. 현재로서는 ‘이게 정말 되는건가?’라는, 호기심 차원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스2 속 부동산은 결국 가상세계 속 가치인데요. 이를 실제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겁니다. 아무 가치가 없을 수도 있는거죠.

재미있는 일도 있습니다. 어스2 독도 주변 바다를 한국인 한분이 한칸씩 구매해 글을 썼어요. 아래 그림처럼 ‘독도 러브 코리아’라고 말이죠. 그런데, 일부 일본인들이 독도 러브 코리아 글자가 안보이도록 주변 바다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어스2 속 독도 주변 가상 부동산 모습, 출처: 어스2 홈페이지
어스2 속 독도 주변 가상 부동산 모습, 출처: 어스2 홈페이지

6. 마치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가 생각나는데 그래?

저도 비슷했습니다. 가상 부동산 자체보다, 거래, ‘돈을 벌 수 있나?’에 사람들이 모이는거죠. 최근 어스2 속에서 두바이 쟁탈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 이틀만에 200~300% 가상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네, 한국인들이 어스2 속 두바이 가상 부동산을 구매한거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마케팅 목적도 다분히 엿보이는데요. 특정 지역을 구매할 수 없게 막아놨다가, 추후 공지를 통해 언제 오픈하겠다고 알립니다. 거래 시작 시점을 정하는 거죠. 유명한 지역이라면, 사람들이 알게모르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잖아요. 마치 투기처럼 말이죠.

즉,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스2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래에 대해 확실한 보호책이나, 법적 근거가 없어요. 일확천금을 바라는 시선으로, 남들이 모르는 노다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메타버스라는 세상에는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구나’ 정도로 접근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아직 47.53달러를 돌려받지 못했거든요.

송태민 / IT전문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현재 KBS 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에서 IT따라잡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워치', '아이패드 미니', '구글 글래스' 등의 국내 1호 구매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IT 얼리어답터이자 오타쿠라고 칭하기도. 두 딸과 ‘루루체체 TV’ 유튜브 채널, 개그맨 이문재와 ‘우정의 무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며, IT 전문서, 취미 서적 등 30여 권을 집필했고, 음반 40여장을 발표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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