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 부실급식에 불량의복까지… 엄정 수사하고 책임 물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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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에게 수년간 수십만 개의 불량 활동복과 베레모가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코로나19 격리 병사들에 대한 ‘부실급식’ 논란이 불거져 서욱 국방부 장관이 “송구하다”고 직접 사과하고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하는 민망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엔 ‘불량의복’ 보급 실태가 확인된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지난해 군에 납품된 6개 피복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곳 업체가 납품한 봄·가을 활동복과 여름 활동복, 베레모 등 3개 품목이 질이 낮은 원단으로 제작돼 기준 규격에 미달됐다. 봄·가을 활동복은 변형과 변색이 빨랐으며, 여름 활동복은 땀 흡수가 잘 안되고 쉽게 찢어졌고, 베레모는 방수 능력이 기준치를 밑돌았다고 한다. 특히 여름 활동복 하의의 수분 흡수 속도가 납품 기준인 ‘2초 이하’를 초과해 19초에 달하는 불량 원단도 있었다. “활동복 대신 ‘사제옷’을 입고 운동을 한다”는 얘기가 헛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조사로 문제가 된 불량품은 81만여 개, 182억 원어치다. 벨트 등 다른 피복류까지 조사할 경우 불량품 규모와 액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규정과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태도라고 한다. 활동복처럼 대량 생산 및 납품이 이뤄지는 품목은 ‘단순품질보증형’으로 분류돼 공인기관 인증서만 방사청에 제출하도록 돼 있고 업체 점검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윤 의원의 지적이라도 없었다면, 업체들이 공인기관 인증 때는 제대로 된 원단을 쓰고 실제로는 불량품을 납품해도 잡아낼 방법이 전혀 없다는 얘긴가.

방사청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불시 검증 시스템 등을 통해 얼마든지 업체들의 편법 행위를 걸러낼 수 있는데도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불량 활동복과 베레모를 납품한 업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업체 선정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의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병사들의 먹고 입는 문제를 놓고 더 이상 민망하고 창피한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군대#부실급식#불량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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