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음이 가는 대로? NO, 코가 이끄는 대로 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5-15 03:00수정 2021-05-1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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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베티나 파우제 지음·이은미 옮김/364쪽·1만7500원·북라이프
후각은 다세포생물이 생긴 후 가장 먼저 생겨난 감각으로 생존에 필수적이고, 가장 심층적인 본능과 관련돼 있다. 냄새를 즐기는 것은 삶을 즐기는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산책이 예전처럼 달콤하지 않다. 시각 못잖게 후각도 산책의 즐거움에 크게 기여한다. 5월의 대기를 물들이는 아까시나무와 라일락의 향기, 저녁의 들큰한 대기 속에 섞여드는 음식 냄새들…. 그러나 마스크는 바이러스와 함께 그런 즐거움까지 차단한다.

독일 뒤셀도르프대 생물심리학 및 사회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친절하게도, 또는 전략상 불리하게도 12쪽 남짓한 프롤로그에 핵심 주장을 거의 모두 요약해 둔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친구들은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며 ‘후각은 시각보다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감각’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이 풍기는 냄새 그 자체’다.

인간이 개처럼 냄새로 마약을 찾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러 분자를 후각으로 구분하는 실험에서 인간은 원숭이나 돼지, 토끼 등 대부분의 포유류보다 뛰어났다. 인간 유전자의 3∼4%가 후각기관 형성에 관여한다. 다른 감각보다 훨씬 많다. 사람의 눈이 구분할 수 있는 색깔은 500만 가지에 그치지만 코가 구분할 수 있는 냄새는 1조 가지에 이른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오늘처럼 대면한다. 이처럼 누구나 친숙한 냄새를 맡으면 순식간에 과거로 ‘점프’할 수 있다. 다른 감각은 뇌의 해마와 편도체에 머물렀다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만 후각은 편도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저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맡은 냄새를 다시 구별해낼 확률은 3초 뒤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나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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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마른 사람의 냄새를 맡게 했더니 사진의 인물을 실제보다 마른 사람으로 인식했다. 우리가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도 체취는 큰 역할을 하지만, 저자는 ‘페로몬 향수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람마다 냄새에 따라 느끼는 유혹이 서로 다르며 비밀번호처럼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의의 두 사람을 고를 경우 이들의 후각 수용체(受容體·감각기관에서 자극을 수용하는 세포)는 평균 3분의 1이 다르다.

이토록 중요한 냄새를 왜 우리는 낮게 평가해 왔을까. 이성을 중시하는 독일인답게 저자는 ‘철학자들이 인간의 특징으로 감각보다 이성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칸트는 후각을 배은망덕하고 필요 없는 감각이라고 평가했다. 코가 가진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다른 동물처럼) 항문샘 냄새를 맡는 대신 건축물 같은 데 시간을 허비하면서 병을 앓게 됐다”고 탄식했다.

저자에 따르면 후각은 앞으로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다. 인간 두뇌에 주어진 가장 높은 수준의 과제가 바로 ‘사회적 지능’이다. 사회적 지능이 형성된 과정은 타인과 집단이 보내는 냄새 정보를 분석해 생존하려는 본능과 관련된다. 냄새 탐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넓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는 개인의 성공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코#냄새#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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