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혈세와 행정력만 낭비한 ‘자사고’ 소송 全敗, 누가 책임지나

동아일보 입력 2021-05-15 00:00수정 2021-05-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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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정문의 모습.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교육당국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가 위법하다는 네 번째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어제 중앙고와 이대부고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학교 쪽 손을 들어줬다. 앞서 부산 해운대고와 서울 배재고 신일고 등 5개교가 같은 취지의 세 차례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바 있어 2019년 지정 취소된 전국 자사고 10곳 중 7곳이 지위를 회복했다.

재판부가 서울시교육감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 논거는 앞선 소송과 마찬가지다. 자사고 재지정 여부를 평가하면서 커트라인을 70점으로 10점 높이고, 평가 항목을 임박해서 바꾸고도 학교에 미리 알리지 않은 데다, 이를 5년간 소급 적용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교육당국이 무리한 평가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지정이 취소된 학교들은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혼란을 겪었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사과는커녕 이번에도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사고 8곳에 대한 1심 소송에만 1억200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소송에 왜 혈세와 행정력을 낭비하나. 자사고 평가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함께 평가 표준안을 만들어 진행했던 정책이다. 교육청과 학교 간 소송이라고 발뺌할 게 아니라 무리한 ‘자사고 죽이기’가 야기한 혼란에 교육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자사고 10곳이 모두 승소해도 정부의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일괄 일반고 전환 방침에 따라 2025년부터는 강제 폐교를 당하게 된다. 고교 서열화 해소가 명분이라는데, 학력이 뒤처지는 공립학교를 끌어올릴 생각은 않고 왜 잘나가는 학교들을 없애려 하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믿고 수백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온 이들의 손실은 어떻게 할 건가. 정부는 명분도 절차도 정당성을 상실한 자사고 죽이기를 중단하고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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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행정력#자사고#자사고 지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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