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버려졌던 아이, 보육원 ‘희망 쌤’으로

최예나 기자 입력 2021-05-15 03:00수정 2021-05-1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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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40회 스승의날
이성남 교사 옥조근정훈장 받아… ‘고아’ 편견 싫어 피나는 노력
보육원 찾아 심리-공부-인생 상담… 스승의날 3133명 훈장-표창
이성남 경북 김천시 어모중 교사가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이성남 교사 제공
1981년 네 살 아이는 동생과 함께 경북 김천의 한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몇 년 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선생님이 물었다. “혹시 우리 반에 보육원 사는 학생 있나요?”

새 학년 시작 때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무시당하기는 싫었다. 더 인정받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보육원 동생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스물다섯 살이 된 2002년 보육원 생활을 마치고 체육선생님이 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4일 열린 ‘제40회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옥조근정훈장을 받은 이성남 김천 어모중 교사(44)다. 그는 교단에 서게 된 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 받기를 희망했다. 야구를 응용한 새로운 스포츠 종목인 ‘투투볼’을 개발한 이유다. 그 덕분에 이 교사는 2017년 ‘한국체육대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이 교사는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을 맡아 자신과 같은 처지의 ‘보호종료아동’을 돕고 있다. 또 ‘나는 행복한 고아입니다’라는 책도 펴냈다. 지금도 자신이 살았던 보육원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이들과 상담한다. 그는 “보육원에서 나가면 통장을 어떻게 개설하고, 집은 어찌 구할지 알려주고 공부나 심리 상담도 해준다”며 “내가 거기서 성장했으니까 말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덕분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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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15일)을 기념해 이 교사 등 17명이 근정훈장을, 16명이 근정포장을 받는 등 우수 교원 3133명에게 포상과 표창이 수여됐다. 기념식이 열린 충남 논산 강경고는 스승의날이 유래한 곳이다. 1958년 이 학교 청소년적십자단(JRC) 단장 노창실 씨(81·여)와 단원들이 아픈 선생님이나 퇴직한 은사를 찾아뵌 활동이 시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 씨는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선생님들이 돈 없는 학생의 수업료를 대신 내주고, 아픈 학생에게 죽을 쒀주는 등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다”며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스승의 날#보육원#희망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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