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윤종]유럽 찬사받던 K방역의 추억, 이젠 잊어야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21-05-12 03:00수정 2021-05-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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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프랑스, 백신접종 전 연령 확대
백신 지지부진 한국, 지난 성과에 함몰
김윤종 파리 특파원
“프랑스 언론에 참고할 만한 좋은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공유하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7일 오후 프랑스 내 한국 관련 공보 업무를 담당해온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으로부터 불쑥 전화가 걸려 왔다. 국제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연구를 다룬 일간 르몽드 기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생활하는 ‘공존 전략’을 채택한 국가보다 코로나19 박멸 전략을 추진한 국가들이 사망률이 낮고 경제 회복도 빠르다는 내용이었다. 박멸 전략을 추진한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이미 본 기사인 데다 그다지 새로운 관점도 아니어서 ‘굳이 전화를 왜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일 뒤인 10일 오후, 파리 외곽에 있는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를 방문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부터 백신 접종 대상을 기존 55세 이상에서 50대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했다. 여분의 백신이 있는 센터에서는 12일부터 나이 제한 없이 접종이 이뤄진다. ‘6월 15일부터 전 연령 접종’이란 당초 목표를 사실상 1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40대 중반인 기자는 10일 기준으로 프랑스 정부가 정한 접종 대상 조건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센터를 찾은 이유는 백신 접종 없이는 프랑스 외 유럽연합(EU) 회원국 취재가 불가능할 것이란 불안 때문이었다. EU는 다음 달부터 ‘면역여권’을 발급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역내 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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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의료진에게 접종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할 참이었다. 프랑스는 ‘사데팡(¤a d´epend)’의 나라로 불린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뜻이다. 외국인 신분으로 파리에서 여러 행정 절차를 겪다 보니 설명을 잘하면 ‘안 될 일도 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잔뜩 긴장했지만 담당 의사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접종을 허락했다. 예진표 작성, 화이자 백신 접종까지 13분이 걸렸다. 접종 후 부작용 관찰실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에게 “느려 터진 프랑스 행정을 자주 겪었다. 이곳은 (프랑스가) 아닌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접종 대상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는다”며 “그만큼 절박하다. 봉쇄 조치로 자영업자들이 다 죽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유럽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내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수시로 썼다. “미개한 유럽” “한국이 최고”란 국내 독자 반응도 자주 접했다. 하루 확진자가 수십 명에 불과했던 한국 방역 정책을 조명하는 유럽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현재는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해온 K방역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가들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 정상화를 빠르게 이루는 코로나 대응 ‘2라운드’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11일 현재 전체 인구(6700만 명)의 약 27%가 1차 접종을 마쳤다. 독일은 32%, 영국은 53%에 달한다. EU가 8일 화이자 백신 18억 회분을 추가로 계약하면서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의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 대비 약 7%에 불과하다. 백신 부족으로 신규 접종도 중단됐다. 백신을 맞은 뒤 20여 분의 부작용 관찰시간 동안 3일 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걸려온 전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전히 ‘K방역’에 함몰된 것 같아 답답했기 때문이다. ‘K방역’의 지난 성과는 잊어야 할 때가 아닐까? 터널의 진짜 끝을 지나 사회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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