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협력할 동지냐, 타도할 적이냐… 중국을 보는 두 시각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5-08 03:00수정 2021-05-0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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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에즈라 보걸 지음·김규태 옮김/592쪽·2만7000원·까치
◇보이지 않는 붉은 손/클라이브 해밀턴·머라이커 올버그 지음·홍지수 옮김/540쪽·2만2000원·실레북스
중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야망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국의 행보에 대해 한쪽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07년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역사 문제와 영토 분쟁 등으로 긴장 상태에 있던 중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최근 국내 대기업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추진한 ‘한중 문화타운 조성사업’이 반중 여론으로 무산됐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소품 등이 부른 시청자 반발로 2회 만에 폐지됐다. 중국의 과도한 자국 중심주의로 촉발된 반중 정서가 미중갈등 구도에서 한국의 대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인 동아시아 연구 석학 에즈라 보걸은 신간 ‘중국과 일본’에서 약 1500년에 걸친 중일관계를 돌아보며 중국과의 공존을 모색했다. 지난해 90세로 영면에 든 보걸은 하버드대 교수 시절 아시아센터 소장을 지내며 동아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일컬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고, 일본 정부의 군 위안부 역사 왜곡에 반대하는 등 급격한 우경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보걸은 이 책에서 “외부인이 조금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검토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에 따르면 중일은 6세기 이래 현재까지 갈등과 협력을 거듭하며 교류를 통해 상대방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고대 일본은 중국 승려를 통해 불교, 건축 등 다방면의 지식을 흡수했다. 근대에 와선 청일전쟁을 계기로 문호 개방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일본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았다. 중일전쟁에 이어 냉전기간 양국은 대립했지만 경제 교류의 폭은 꾸준히 넓혔다. 특히 미중 데탕트 시대가 열린 1972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중소분쟁을 계기로 소련에 맞서 중국, 일본, 미국이 공유해온 전략적 이해관계는 1991년 소련 붕괴로 사라졌다. 탈냉전 이후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한 중일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을 맞는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위협을 느낀 일본은 미중갈등 구도에서 미국에 밀착하는 양상이다. 이에 중국은 과거사를 내세워 일제로부터 침략 경험을 공유한 한국 등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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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가 주변국에 의해 과장됐다고 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조상들이 나쁜 짓을 했다면 선천적으로 나빠서가 아니라 선택권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저자는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인식 전환을 제안하며 2007년 중일 정상 간 합의를 상기시킨다. 당시 이들은 양국 간 고위급 교류 확대와 더불어 다방면의 협력안을 제시했다.


신간 ‘보이지 않는 붉은 손’은 보걸의 시각과 대척점에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자본주의 세력을 분열시켜 사회주의를 퍼뜨리려는 이른바 ‘통일전선’ 공작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들과의 진정한 협력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2013년 조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의 아들 헌터의 사업을 암암리에 도우며 바이든을 포섭하려고 시도한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는 일대일로 역시 경제위기에 몰린 빈국들을 끌어들여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동아시아 외부 저자들의 상반된 대중(對中) 시선은 중국과 역사·지리적으로 긴밀히 연결된 한국의 고민이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분명한 건 중국 혹은 일본에 의해 동아시아 역내 질서가 불안정해질 때 한국의 번영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일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중국#동지#적#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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