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 美 리더십 보여줄 기회

동아일보 입력 2021-05-07 00:00수정 2021-05-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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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경기 부양 등과 관련한 연설을 했다. 연설 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백신 지식재산권 포기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예스”라고 답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제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인도와 남아공을 포함해 100여 개 개발도상국들이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재권 일시 면제를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미국의 결정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이는 백신 가뭄을 겪는 나라들엔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백신 생산국이 제한돼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선진국들로 물량이 몰려 저소득 국가가 확보한 백신은 전체 물량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접종률이 한 자릿수인 인도에선 매일 40만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선 백신 빈국의 처참한 상황과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펼치는 파상적 백신 외교전을 두고만 볼 순 없었을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지재권 면제 목소리가 많았다.

이번에 추진하는 지재권 면제는 WTO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며 정부별로 별도의 협상이나 보상을 할 필요도 없다. 성사가 된다면 큰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백신 생산 확대를 기대하기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다. 164개 회원국 전체가 동의해야 하는데 일부 국가에서 자국 제약사를 의식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제약사들은 지재권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막대한 돈을 들여 백신 개발에 나서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가 초유의 팬데믹과 전쟁을 벌이는 비상 상황이다. 과거 지재권 면제 전례에 해당하는 에이즈와 비교할 때 코로나19는 훨씬 더 많은 인구가 고통을 겪고 있고, 그 파장 또한 크다. 백신 개발에 60억 달러 이상의 공공자금이 투입됐으며 제약사들이 이미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점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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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국가의 백신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코로나 종식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에서 감염 확산이 이어지면 나머지 지역의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은 WTO의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을 주도하는 한편 백신 빈국에 대한 백신 수출 및 지원으로 인류가 코로나 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조바이든#백신#지식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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