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근형]접종률 49.4%? 2분기 대상자 줄인 ‘꼼수 통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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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근형·정책사회부
유근형·정책사회부
‘일상 회복으로의 큰 첫걸음, 300만 명 1차 예방접종 달성.’

30일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연일 비슷한 자료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정부 계획대로 진행 중인 걸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다 이상한 점이 포착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현황’ 통계를 설명하며 1, 2분기 접종률이 49.4%라고 밝혔다. 총 618만7009명의 접종 대상자 중 305만6004명(1차)이 백신을 맞았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대상자의 38%,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대상자의 66.7%가 접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숫자만 보면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계산방식을 자세히 보면 1, 2분기 전체 접종대상(정부 목표 1200만 명) 가운데 접종이 시작된 그룹만을 모수로 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분기 대상자 중 아직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65∼74세 고령자(약 494만 명)는 아예 분모에서 제외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숫자를 1, 2분기 전체 대상자(1200만 명)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접종률은 25.5%였다. 정부 발표치(49.4%)의 절반 수준이다. 접종률을 높게 보이려고 자의적으로 모수를 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접종 추이를 보기 위함이니 아직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그룹까지 통계에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꼼수가 처음은 아니다. 방역당국은 2월 26일 백신 접종 시작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전 국민 대비 접종률을 정부 자료에 담지 않았다. 1% 남짓한 접종률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화자찬식 행정편의적 통계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국민의 참여와 동의가 필수다.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접종률#꼼수 통계#예방접종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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