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액 800만원, 의료진 위해 써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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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선종] 마지막까지 온전히 내어준 鄭추기경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을 추모하기 위해 28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을 찾은 한 신자가 기도하고 있다. 정 추기경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5월 1일 오전 10시 장례미사가 열린다. 사진공동취재단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을 추모하기 위해 28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을 찾은 한 신자가 기도하고 있다. 정 추기경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5월 1일 오전 10시 장례미사가 열린다. 사진공동취재단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말을 남긴 정진석 추기경의 통장 잔액은 800만 원이었다. 정 추기경은 자신 때문에 고생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등에게 이 돈을 모두 써달라고 당부했다는 게 서울대교구의 설명이다.

앞서 정 추기경은 2월 통장 잔액 모두를 교구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과 음성꽃동네, 아동신앙교육 담당 부서 등 5곳에 기부한 바 있다. 그 사이 통장 잔액이 늘어난 것은 투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30년 이상 경력의 사제에게 지급되는 교구지원비와 6·25전쟁에 참전해 보훈처에서 지급하는 금액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정 추기경은 생전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장학회도 허락하지 않아 선종 뒤 추진 중이다.

한편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한동안 안정된 상태였지만 26일 늦은 저녁부터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27일 오전 “어려우실 것 같다”는 의료진의 의견에 따라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측은 선종에 대비했다. 선종 시간은 27일 오후 10시 15분. 오후 11시 반경 병원을 출발한 운구차가 밤 12시경 명동대성당으로 들어설 무렵 공교롭게도 선종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울렸다. 세 번의 위기 때마다 의식을 회복한 정 추기경이 주변에 건넨 말은 “평화를 빕니다”였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정진석 추기경#정진석 추기경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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