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바위’ 변신한 차바위, 이정현 꽁꽁 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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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자랜드-KCC PO 4차전서 상대 에이스 차단해 승리 이끌어
5차전 KCC 반격은 김상규 관건
차바위 뚫어야 공격 숨통 틔워

왼쪽부터 차바위, 김상규
왼쪽부터 차바위, 김상규

2011년 여름 한양대 체육관. 대학농구리그 안방경기를 앞두고 당시 한양대 농구부 최명룡 감독은 4학년 주장을 가리키며 “나중에 수비로 클 애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그는 한양대 주포로 전년도 대학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공격에 장점을 지닌 것과 달리 발이 느려 수비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제자의 감춰진 능력을 알아챘다. 이듬해 프로농구 전자랜드에 입단한 차바위(32·192cm)다.

최 감독의 예상은 차바위가 프로 입단 10년을 맞은 이번 시즌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공수를 겸비한 전천후 스몰포워드라는 극찬을 듣고 있다. 차바위는 상대 에이스 이정현을 꽁꽁 틀어막고 순도 높은 3점슛으로 전자랜드가 2연패 뒤 2연승으로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 4차전에서는 이정현의 움직임을 완전히 묶으며, 이정현으로부터 파생되는 KCC의 ‘모션 오펜스’(5명 전원이 움직이면서 펼치는 공격)가 가동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정현이 자신을 뚫고 동료가 도움 수비를 들어오면 곧바로 동료가 맡고 있던 공격수에게 달려가며 완벽하게 바꿔 막는 수비까지 펼쳤다. 그의 이름처럼 이정현 앞에서 큰 돌덩이가 돼 공격 시도를 차단했다.

차바위는 4차전에서 이정현을 압박 수비로 봉쇄하면서도 3점슛 4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렸다. 전자랜드 김낙현이 “바위 형이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수비와 고비 때마다 던진 슛의 집중력이 빛났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29일 5차전에서 차바위의 출전 시간을 늘려 이정현을 더 압박할 계획이다.

KCC에선 차바위와 같은 해 전자랜드에 입단한 김상규(32·201cm)의 초반 활약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파워포워드 김상규는 이정현의 공격 흐름을 살릴 숨은 ‘게임 체인저’다. 라건아가 외곽에서 공을 갖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공을 받으러 오는 이정현의 움직임을 차바위가 3, 4차전에서 거의 읽고 따라갔다. 중간 과정에서 차바위를 ‘체킹’하는 김상규의 스크린 동작이 경기 초반 중요하다. 이정현이 라건아와 2 대 2 공격을 펼치다 김상규에게 빼줘 던지는 3점슛도 초반부터 잘 터질 경우 전자랜드의 수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1쿼터 분위기를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에 따라 챔피언결정전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차바위#이정현#김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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