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 위안부 판결… “日정부에 배상청구 못해”

신희철 기자 , 박상준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04-22 03:00수정 2021-04-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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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외교로 해결해야” 국가면제 인정해 손배소 각하
1월 다른 재판부 “배상청구권 존재” 판결과 상반된 결론
정의연 등 “납득할 수 없는 판결” 피해자 측 이상희 변호사와 정의기억연대가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돌렸다”고 비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법원이 21일 각하 결정을 내렸다. 올 1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소송 1심 판결과는 엇갈린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는 이용수, 길원옥, 고(故) 김복동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6명과 유족 등이 제기한 배상 청구를 각하하며 “국제관습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본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위안부 피해 문제는 일본과의 외교적 교섭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가 이번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강제징용을 한 독일에도 국가면제를 인정했고, 이탈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국가면제를 인정하고 있어 우리만 예외를 둘 순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ICJ 판례와 대다수 국가 법원은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에도 국가면제를 인정했다”며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게 우리 대법원의 판례인데 일본의 위안부 운영은 위법하긴 하지만 주권 행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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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2015년 한일 합의는 국가 간의 합의이고 현재도 유효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존재한다”며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효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올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일본이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제시한 논리와 정반대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이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자행해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2015년 한일 합의는 정식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에 불과해 피해자들에게 배상 청구권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오늘 판결은 ‘주권면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기초해 있고 적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2015년 한일 합의 등에서 표명했던 책임 통감과 반성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국가면제 ::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 동등한 주권 국가들 간에는 상대국의 주권적 행위에 재판권을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신희철 hcsh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박상준·최지선 기자
#위안부 판결#국가면제#배상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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