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청소년들의 존재, 불편하겠지만 부정하지 않았으면…”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4-15 03:00수정 2021-04-1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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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몰라요’ 감독 이환
가출 청소년 그린 ‘박화영’ 이어, 이번엔 10대 소녀의 낙태 내세워
“가족에 대한 고민, 계속 다룰것”
덜컥 임신부가 된 18세 청소년 세진(왼쪽 사진)은 낙태 수술할 돈을 마련하려고 이곳저곳을 떠돈다. 이환 감독(오른쪽 사진)은 극중 세진이 위기의 순간에 만난 재필을 직접 연기했다. 콘텐츠 다봄 제공
12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이환 감독(42)은 첫눈에 띄었다. 푸르게 물든 머리와 수가 가늠되지 않는 피어싱. 화려하게 치장하고 구석에 앉은 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 속 아이들과 닮아 있었다.

청소년들의 어두운 현실을 그린 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가 15일 개봉한다. 영화는 그의 전작인 ‘박화영’(2018년)에서 조연으로 나온 세진(이유미)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진은 화영(김가희)의 집에서 지내는 가출 청소년인데 극 후반 홀연히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이번 작품에선 임신한 10대 소녀 세진이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과 만나 낙태를 시도한다. 이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박화영 개봉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청소년 쉼터 선생님이 10대 이야기를 한 번 더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유미 배우가 어떤 연기로 관객을 끌고 갈지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리얼리즘은 여전하다. 전작 때도 10대들의 말투와 행동이 리얼해 관객에게 트라우마를 줄 정도라는 평이 많았다. 수십 개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음지에서 행해지는 낙태 실상을 연구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10대가 자해하는 장면을 봤다. 그 자체도 놀랐지만 어른들이 그 아이를 보고 ‘환심을 사려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영화는 전작보다 핏빛이다. 화영의 인간관계에 집중하며 모성애를 은연중 내보인 박화영과 달리 이번에는 낙태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떠올린 2년 전 떠들썩한 낙태 찬반 논란을 보며 함께 고민해 봤으면 했다”고 말했다. 배경음악에도 신경을 썼다. 엔딩곡으로 점찍어 놓은 빈첸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는 자퇴를 다룬 노래로 영화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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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화는 사실 관객을 불편케 한다. 그는 “어른들은 위기 청소년들의 존재를 믿고 싶지 않아 한다. 관심까진 아니더라도 그들을 부정하지 않아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범죄 드라마를 준비 중이지만 관계라는 키워드를 놓지 않을 작정이다. “박화영도 이번 작품도 일종의 가족 영화라고 생각한다. 끊긴 관계에서 오는 결여나 새로운 관계 만들기 등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영화에 녹이고 싶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어른들은 몰라요#이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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