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安이 승리 견인” 김종인 “건방진 소리”… 주도권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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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이후]국민의힘 “제1야당 위력… 흡수통합”
金 “安, 합당후 대선후보 욕심 딱보여”
국민의당 “安 주도 단일화로 승리”… 혁신 강조하며 ‘제3지대론’ 이어가
金 “윤석열-안철수 합쳐질 수 없다”… 尹, 대선 경선전 입당 여부에 촉각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야권 통합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제3지대 간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선거 승리 요인을 놓고서부터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대선 플랫폼’을 강조하는 국민의힘은 “제1야당의 위력을 실감한 선거”라고 했지만, ‘제3지대론’을 주창하는 국민의당은 “선거 승리는 안철수 대표가 주도한 단일후보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고 하는 등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충돌하고 있다.

○ “안철수가 승리 견인차” 對 “국민의힘이 승리”
야권이 직면한 첫 번째 통합 과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문제다. 안 대표는 재·보선 다음 날인 8일 “정권 교체를 위해선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한다. 혁신 없이 무늬만 통합해선 국민을 설득시킬 수 없다”고 ‘선(先)혁신 후(後)통합론’을 띄웠다. 그러자 이날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안 대표를 만난 직후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자”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양측의 야권 통합 줄다리기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야당’이 아닌) ‘야권’이라는 것은 없다”며 “실체가 없는데 무슨 놈의 야권이며, 무슨 대통합 타령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통해 국민의힘이 곧 명실상부한 ‘야권의 실체’가 됐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8일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앞두고 주요 당직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안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의 승리’를 운운했는데 건방진 소리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라고 노기 어린 말도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국민의당과의 합당 방식에 대해 ‘흡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비례대표 3명밖에 없는 정당과 합당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번 재·보선에서 안 대표가 제1야당의 위력을 실감했을 텐데 야권 통합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조건 없이 입당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위원장도 합당 논의를 놓고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인다”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했다.

반면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라는 태도다. 재·보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야권 단일화’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도권을 쥐고 합당 논의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9일 페이스북에 “처음부터 단일화의 판을 만들고, 판을 키우고, 끝까지 판을 지키고 완성시킨 사람은 안철수였다”며 “야권의 승리 요인은 안철수라는 견인차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주 대표 권한대행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합당 의사가 (양측이) 일치하면 통합 전당대회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 먼저) 전당대회를 진행할 것”이라며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향해 압박에 나섰다.

○ 윤석열 거취, 야권 대선 핵심 변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와 별개로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거취가 야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보선 압승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긴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자연스럽게 대선 경선 전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안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교감을 언급한 것을 놓고 김 전 위원장이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 대표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을 가져다가 얘기한 것”이라며 “(둘은) 합쳐질 수 없다”고 잘라 말한 것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이나 연대 문제,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와 함께 김 전 위원장을 비판해왔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입당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놓여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홍준표 안철수 등 당 밖의 주자들을 모두 빨리 입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홍 의원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만만찮다. 이날 홍 의원과 가까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안 대표 비판 발언에 대해 “말씀의 의미가 따로 있으셨을 것이다.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스토킹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분노를 표출했겠느냐”며 “홍 의원과 안 대표 등이 경쟁의 링으로 함께 오를 수 있도록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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