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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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말고…’ 펴낸 홍창진 신부

사제복인 수단 차림의 홍창진 신부. 허들링북스 제공
사제복인 수단 차림의 홍창진 신부. 허들링북스 제공
“책 출판기념회 해야죠.”(금곡 스님)

“시절이 그래서 작게 할 생각인데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혹 절에서 할 수 있나요?”(홍창진 신부)

“얼마든지요.”(금곡 스님)

오랜만에 소식을 주고받은 스님과 신부의 대화는 이랬다. 홍창진 가톨릭 신부(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의 책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허들링북스) 출간 간담회가 28일 오후 3시 금곡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이 회주(會主·사찰의 큰 어른)로 있는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열린다. 종교 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금곡 스님과 홍 신부의 오랜 교분 덕분이다.

‘종교계 마당발’이자 활발한 문화사역으로 ‘날라리 신부’로까지 불리는 홍 신부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미래와 일, 위기, 정체성, 죽음, 성공 등 30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추상적이기 쉬운 주제임에도 개인적 사연과 적절한 사례, 세상에 주고 싶은 메시지를 잘 버무려 먹음직한 읽을거리로 만들었다.

23일 책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항상 궁리한다. 재미가 바로 내 인생의 출구다. 신부라 고민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과 같다. 재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인생의 가장 큰 죄는 삶을 즐기지 못한 죄다’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장이 흥미롭다. 영화 ‘두 교황’ 중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고백성사를 하면서 “아이였을 때 가장 먼저 지은 죄는 삶을 제대로 즐길 만한 용기를 포기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실수하는 것이 두려워 음악을 그만뒀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지금 평화와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언제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틱낫한 스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날마다 좋은 날)’ 같은 불교적 세계관이 느껴진다고 물었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나답게 사는 것이 누구나 꿈꾸는 행복과 만족의 지름길이다. 종교의 길은 모두 통한다.” 홍 신부는 2014∼2016년 종교인 토크쇼 ‘오마이갓’에 이어 지난달 방영된 EBS ‘아주 각별한 기행: 홍창진 신부의 절집 탐방’에 출연했다.

책을 낸 계기를 물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00일간 미사를 드리지 못했다. 나처럼 사람 만나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래서 글을 썼다. 모일 수 없으니 장애인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의 살림살이가 너무 어려워졌다. 책의 인세는 모두 합창단 운영에 쓸 계획이다.”

홍 신부는 영화와 TV 드라마, 오페라에 이어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연극 ‘레미제라블’에 출연했다.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몇 해 전 세 번째 스무 살 잔치를 했다. 네 번째 스무 살 잔치는 히말라야에서 했으면 좋겠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홍창진 신부#출판기념회#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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