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수형인 335명, 72년 누명 벗었다

제주=임재영 기자 입력 2021-03-17 03:00수정 2021-03-17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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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재심서 무죄 선고
유족회 “이제라도 굴레 벗어 다행”
“가슴에 응어리 풀려” 16일 제주지법 법정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시민이 선고 결과를 들은 뒤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제주지법 형사2부는 1948년 제주 4·3사건 관련 군법회의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335명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뉴스1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이념 대립 속에서 셀 수 없는 개인이 희생당했다. 오늘 선고로 피고인들과 그 유족들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길 소망한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16일 제주 4·3사건 관련 군법회의 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고태삼(92), 이재훈 씨(91) 등 2명과 사망·행방불명자 333명 등 335명에 대한 재심선고 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제주 4·3사건 이후 억울하게 사상범으로 몰려 군사·일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형 생활을 하는 등 72년 동안 억울한 누명 속에 살았다. 재심은 확정된 유죄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어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일괄 변론절차를 거쳐 335명에 대해 동시 선고를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무죄 판결의 역사적 현장을 방청하고 싶다”는 청구인들의 요청에 따라 10∼20여 명씩 조를 나눠 순차적으로 변론을 열고 선고했다. 이 때문에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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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는 “이제라도 누명을 벗어 다행이다. 수형인명부 등에 수감 기록이 있으나 가족이 없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이들도 구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지법은 앞서 2019년 1월 제주 4·3사건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해 사실상의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계엄령 하에서 이뤄진 불법 군사재판을 인정하고 수형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었다. 이 재판 이후 생존자와 유족들의 재심 청구가 이어져 현재까지 372명이 누명을 벗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4·3#누명#수형인#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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