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밑에서 멀어진 박지수, 우승도 멀어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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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우세 예상 KB 2연패 원인은
삼성생명, 압박수비로 지치게 하고,백코트 느린 약점 이용해 속공작전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이 예상을 뒤엎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초 KB스타즈의 절대 우위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삼성생명이 1, 2차전을 싹쓸이하며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정규리그에서 개인 타이틀 7관왕에 오른 KB스타즈 박지수(사진)가 삼성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시리즈가 아닌 오히려 삼성생명이 박지수의 약점을 역이용하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박지수는 1차전에서 23득점 9리바운드를, 1차 연장까지 간 2차전에서는 20득점 16리바운드를 올렸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 보면 정규리그의 활약(평균 22.3득점 15.2리바운드)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득점을 꼭 해줘야 할 때 적극적인 골밑 공격을 피했고, 실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수비 가담이 제대로 안 됐다.

삼성생명은 공수에서 집요한 몸싸움으로 박지수의 체력을 소진시켰고, 박지수가 체력이 떨어질 때 나오는 습관과 성향을 공략했다. 1차전에서 삼성생명의 김한별, 배혜윤의 거친 1 대 1 수비에 고전했던 박지수는 2차전에서 골밑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외곽에서 맴돌았다. 정규리그에서도 우리은행이 베테랑 김정은과 김소니아를 박지수에게 붙여 같은 효과를 봤는데 삼성생명도 이를 활용했다.

삼성생명은 김한별과 배혜윤이 박지수와의 1 대 1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지체시키면 김보미 등이 도움 수비를 했다. 박지수가 공을 외곽의 동료에게 빼주면서 중거리 슛을 허용했지만 박지수의 확률 높은 골밑 득점과 위력적인 공격 리바운드를 막을 수 있었다. 2차전 4쿼터에서 박지수는 무득점에 공격 리바운드도 1개뿐이었다. 정선민 전 신한은행 코치는 “박지수가 골밑에서 발을 빼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팀 입장에서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인사이드를 장악하겠다는 적극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은 공격에서도 백코트가 느린 박지수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으면 박지수가 하프 코트를 넘어오기 전에 숫자 우위를 살려 빠른 공격을 펼쳤다. 2차전 4쿼터 대추격의 불씨를 댕긴 신이슬의 3점포와 배혜윤의 연속 골밑 득점도 박지수가 늦게 수비에 가담해 외곽에 서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연장전 종료 직전 김한별의 역전 골밑 득점도 체력이 떨어진 박지수의 뒷공간을 정밀하게 노린 임근배 감독의 작품이었다.

11일 청주에서 열리는 3차전도 박지수 부활과 봉쇄의 갈림길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박지수#우승#2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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