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아이템의 신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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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다는 제품 전체를 100% 비건으로 만들 계획이다(왼쪽).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가죽인 ‘피나텍스’로 제작한 휴고보스의 스니커즈. 사진제공 아베다·휴고보스
아베다는 제품 전체를 100% 비건으로 만들 계획이다(왼쪽).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가죽인 ‘피나텍스’로 제작한 휴고보스의 스니커즈. 사진제공 아베다·휴고보스
‘비건(Vegan)’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단순히 채식주의자만을 떠올린다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사전적인 의미의 비건은 육류를 비롯해 달걀이나 우유 같은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하고 채소나 과일 등 식물성 음식만 섭취하는 강도 높은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시점의 비건은 먹는 것을 넘어 입고 바르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아이템에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가치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동물복지와 환경보호를 내포한 비건 지향적인 아이템에 눈을 돌리면서 비건 관련 시장도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다.

비건 패션의 진화

휴고보스는 2018년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피나텍스(Pinatex)’로 친환경 스니커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인애플 열매를 얻기 위해 농사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잎사귀를 활용하는데, 잎사귀의 섬유질을 벗겨내 씻어 말린 뒤 가열·압축하는 단계를 거친다. 감촉이 부드럽고 유연해 착용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 스타트업 볼트 스레드는 버섯 뿌리에서 발견되는 섬유질인 균사체를 활용해 가죽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다. 볼트 스레드는 지난해 10월 아디다스와 스텔라 매카트니, 룰루레몬, 프랑스 패션 그룹인 케링과 파트너십을 맺고 버섯으로 만든 가죽 소재 ‘마일로(Mylo)’를 독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역시 비건 가죽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만 배우 린즈링이 2018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3회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 시상식에서 입었던 H&M의 오렌지 섬유 드레스를 꼽을 수 있다. 오렌지 섬유는 오렌지를 가공하는 과정에 버려지는 껍질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만든다.

루이비통 출신의 아멜리에 브릭과 생로랑 머천다이저(MD)로 일했던 로렌 누치가 2016년 손잡고 설립한 아파리스는 인조 모피를 100% 비건으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패션 제품을 고품질로 생산해 기존의 제품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아파리스의 도전은 퍼 재킷과 코트를 넘어 2020 F/W 시즌에는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 캐시미어를 선보였다.

BMW·테슬라·현대차… 비건 자동차


비건 자동차는 동물 가죽을 대체하는 인조 가죽을 쓰거나 식물성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등 환경 친화적으로 제조된 자동차를 일컫는다. BMW의 전기자동차 ‘i3’는 호주의 코알라 나무로 유명한 유칼립투스를 내장재로 사용했고, 아욱과 식물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케나프’를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에 적용했다.

볼보는 재활용한 플라스틱 소재를 SUV ‘XC60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적용했다. 시트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섬유로 제작했고, 바닥 매트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 소재와 의류업체들이 쓰고 남은 면섬유를 재활용했다. 테슬라는 시트나 패널 등 자동차 내부에 동물 가죽 대신 착석감이 뛰어난 인조 가죽을 고안해 도입하고 있으며, 벤틀리는 참나무와 포도 껍질을 합성한 친환경 소재를 마감재로 활용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부터 친환경 소재 연구를 시작했는데 ‘넥쏘’의 경우 시트는 식물성 인조 가죽, 대시보드에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제네시스의 신형 모델도 시트에 가죽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있다.

100% 비건을 향한 뷰티 업계의 도전


비건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뷰티 업계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는 아베다다. 2019년 7월 이후 출시한 모든 라인에서 꿀이나 밀랍, 밀랍에서 유래한 성분을 배제했으며 얼마 전에는 현재 보유 중인 제품 전체를 100% 비건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규 론칭하는 뷰티 브랜드들은 아예 비건을 메인 키워드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사회적인 파급력이 높은 팝 스타들의 브랜드를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적인 뮤지션이자 패션 아이콘인 퍼렐 윌리엄스가 지난해 11월 론칭한 젠더리스 비건 화장품 휴먼레이스, 팝 스타 셀레나 고메즈가 선보인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레어뷰티가 대표적이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이나래
#트렌드워치#생활#소비#비건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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