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면 흔드는 ‘가덕도 꽃놀이패’… 부울경 ‘희망고문 20년’

전주영 기자 , 부산=강성명 기자 입력 2021-02-20 03:00수정 2021-02-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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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
크게보기가덕도신공항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전망대에 항공기 모형이 설치돼 있는 모습. 뉴스1
19일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안에 필요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조항을 넣기로 하자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박인영 변성완 후보는 국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를 만나 특별법 원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며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국책사업으로 매듭짓고 더 이상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직장인 차모 씨(37)는 “일반 시민들이 1년에 한두 번 이용할 공항 가지고 선거 때마다 이럴 게 아니다”라면서 “해안가 정비 등 도시 인프라에 쏟는 게 부산을 위해 더 낫다”고 푸념했다. 주부 김연경 씨(38)는 “신공항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많이 만들어 맞벌이 부부가 애를 키우기 좋은 도시, 좋은 일자리가 많은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가덕도신공항 공약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부산 시민들도 이 공약이 약 20년 된 해묵은 이슈라는 것을 다 알지만 “부산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며 다시 눈길을 돌린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파문과 사퇴 때문에 치러진다. ‘성추행 프레임’이 굳어져가자 여당은 지난해 말부터 가덕도신공항 이슈를 집중적으로 띄우기 시작했고, 야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간의 의견이 달라 소극적이었던 야당도 가덕도신공항에 한일 해저터널을 더한 ‘1+1’ 공약을 발표하며 ‘가덕도 랠리’는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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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부터 돌고 도는 가덕도 논란 20년

가덕도신공항 논의의 시작은 2002년 4월 15일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돗대산에 추락해 129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출발했다. 김해공항의 부족한 인프라뿐만 아니라 산과 가까운 주변 환경 때문에 안전 문제까지 논란이 되면서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2003년 1월 당선인 신분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신공항 건설 제의에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하면서 신공항 논의가 시작됐고, 이때부터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속도를 내 2007년 11월 건설교통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1단계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즉각 선거 이슈로 떠올랐다.

야당도 뒤지지 않았다.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경선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지만, 이명박 캠프는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부산 유세에서 급하게 차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신공항 문제가 한나라당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간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2009년 4월 국토연구원은 신공항 후보지를 처음으로 부산 가덕도-경남 밀양 등 두 곳으로 압축했지만, 최종 입지 발표는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다가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밀양을, 부산 의원들은 가덕도를 밀면서 당시 여당 내 갈등,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 계파 갈등으로 불똥이 튀었다. 결국 2011년 3월 30일 이명박 정부는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당시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두 후보지 모두 환경 훼손과 사업비 과다로 경제성이 미흡해 공항 건설에 적합하지 않다”고 발표한 것.

그러자 18대 대선이 치러진 2012년부터는 차기 대선 주자들이 ‘신공항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웠고, 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이 생겨서 부산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세계 중심지가 돼야 한다”며 사실상 가덕도신공항안에 힘을 실었다.

박 전 대통령 당선 후 2013년 4월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공식 발표했지만 여권 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간의 신공항 유치 갈등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첨예해졌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여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이 두 동강 난다”는 말도 나왔다. 정부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입지 검토를 맡긴 결과 2016년 6월 ADPi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면서 논란이 종식되는 듯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 2017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공약하며 논란은 또다시 시작됐다.

○ 정부, 부산 보선 앞두고 ‘김해신공항 백지화’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에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만들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11월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은 다시 논란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일 당헌 개정을 통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뒤 이낙연 대표는 4일 곧바로 부산을 찾았다. 당시 그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추진 의지를 드러냈고, 올해도 당 지도부는 수차례 부산을 방문했다.

부산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게 움직였다. 영남권의 ‘정권 심판론’이 우세해 꿈쩍 않던 부산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신공항 파상공세’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8∼20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여야의 정당 지지율이 역전됐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9.8%포인트 치솟아 34.5%를 기록한 반면에 국민의힘은 10.8%포인트 추락해 29.9%에 그쳤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당의 가덕도신공항 총력전에 야당도 조급해졌다. 당초 국민의힘은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 민심까지 고려해야 해 소극적이었다. 당내에선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선거에 큰 영향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데드크로스’ 결과가 속속 발표되자 결국 가덕도신공항 찬성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달 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에 한일 해저터널 건설 추진까지 얹은 ‘1+1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친일 DNA”라고 비판하며 부산∼러시아를 잇는 남북고속철도를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여야가 쏟아낸 공약대로라면 최대 약 60조 원+α의 국가 예산이 부산에 투입된다.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10조 원 이상, 최대 22조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부산발전연구원이 한일 해저터널을 짓는 데 120조 원이 든다고 추산한 것에서 일본이 70%, 한국 측이 30%를 부담한다는 가정을 하면 해저터널 공사엔 40조 원 정도를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다 러시아행 고속철도까지 더해지면 예산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20년 동안 부산 시민들 손에 쥐여 준 것은 거의 없이 정치권이 판돈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가덕도 꽃놀이패#부울경#희망고문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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