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도 막지 못한 ‘방한 수술’… 외국에서 더 유명한 척추 명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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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베스트 닥터]〈26〉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외국의 VIP 환자가 방한해 수술받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명의다. 국내 처음으로 척추 수술용 로봇을 개발한 의사이기도 하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외국의 VIP 환자가 방한해 수술받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명의다. 국내 처음으로 척추 수술용 로봇을 개발한 의사이기도 하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지난해 2월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0)는 우즈베키스탄의 한 병원으로부터 척추협착증 수술 의뢰를 받았다. 환자는 은퇴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고위 인사 A 씨였다. 이 교수는 현지에서 다른 환자의 척추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이 교수의 이름이 현지에서 꽤 알려졌던 것이다.

한 달 후인 3월 11일로 수술 날짜를 정했다. 하지만 곧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두 나라 사이의 하늘 길이 끊겼다. A 씨는 모스크바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얼마 후 A 씨 측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코로나 위기’를 감수하더라도 이 교수에게 수술 받는 게 좋겠다고 결론 내렸단다. A 씨는 전용기를 타고 입국했다.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4월 초 VIP 병실에 입원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보름 정도 지난 후 A 씨는 출국했다. 이 기간에 A 씨가 지출한 의료비는 1억 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중등도 이상의 척추 질환자 주로 치료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해외에서까지 찾는 의사. 이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환자의 70%는 허리와 목디스크, 혹은 협착증 환자다. 전문병원과 달리 중등도 이상 환자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7, 8년이 경과한 후의 재수술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런 경우 발생하는 이상 증세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 직후 혹은 2, 3개월 이후부터 통증이 나타난다면 수술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 원인을 밝혀내기도 쉽지 않고 재수술의 난도는 상당히 높아진다. 이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의 10%가 이런 유형의 재수술이다.

70대 후반 환자 B 씨가 그런 사례다. 다른 병원에서 2년 전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직후부터 2년 동안 계속 아팠다. ‘수술을 왜 했나’ 후회가 될 정도였다. 이 교수가 확인해보니 신경 일부가 손상돼 있었다. 신경을 복원하니 통증이 사라졌다.

척수 내 악성 종양인 ‘신경교종’은 생존 기간이 세계 평균 9개월에 불과할 만큼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은 3, 4시간이 걸릴 만큼 난도가 높다. 미세한 척수의 신경에서 일일이 악성 종양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분야에서 특히 유명하다. 생존 기간을 평균 37개월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 교수는 “생존 기간은 앞으로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절대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척추 수술용 로봇 정확도 높아”

지난해 10월 이 교수는 ‘실험적인’ 수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60대 초반의 남성으로 퇴행성 ‘척추 전방전위증’ 환자였다. 위쪽 척추 뼈가 아래쪽 척추 뼈 앞쪽으로 튀어나오는 병이다. 이 남성의 경우 3번 척추 뼈가 4번 척추 뼈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수술의 마지막 단계는 나사못으로 수술 부위를 고정하는 것이었다. 나사못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신경과 척추가 손상돼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나사못을 얼마나 정확하게 삽입하느냐가 수술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 교수는 로봇으로 나사못을 고정했다. 이 로봇은 이 교수와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한, 국내 첫 척추 수술용 로봇이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확인해 보니 로봇은 ‘인간 의사’ 못잖게 정확하게 나사못을 고정했다. 환자는 5일째 퇴원했다.

이 교수는 이 로봇 연구를 2017년에 시작했다. 3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세계적으로 따지면 이 척추 수술 로봇은 다섯 번째 개발됐다. 이 교수는 “정확도만 놓고 본다면 현재도 1, 2위를 다툰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교수는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이 로봇이 실제 수술 현장에 도입되면 아주 숙련된 의사가 아니더라도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노인 팬들의 감사편지 많아

얼마 전 100세 된 할머니가 외래 진료실로 이 교수를 찾아왔다. 8년 전에 퇴행성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이후 6개월마다 진료실을 찾는다. 진료실에 올 때마다 할머니는 “아프다”며 찡그린다. 그러면서도 웃는 표정이란다.

이날 진료에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10분이 지나갔다. 진료가 끝나자 할머니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꼬깃꼬깃 구겨진 1만 원권 지폐 두 장. “고마워서”라면서 할머니는 재빨리 진료실을 나갔다.

이 교수는 이처럼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팬’들이 많다. 어떤 환자는 이 교수를 “믿을 만한 자식 같다”고도 한다. 이 교수 환자의 80% 정도가 노인이다. 어떤 날은 환자 100%가 노인일 때도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료 후일담’을 종종 받는다. 여기에도 이 교수에 대한 칭찬이 상당히 많이 접수된다. 이 교수를 미래의 병원장으로 추천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모범의사상’을 줘야 한다는 글도 있다. 후일담에 들어있는 공통된 내용이 있다. 이 교수가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환자를 가족처럼 돌봐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환자의 불안함을 없애주는 게 치료의 시작이다. 가급적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코어 근육 강화를 위한 동작 요령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라고 했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70대 이후라도 하루에 30분 정도 걷거나 자전거를탈 것을 권했다. 70대 이전이라면 가급적 근육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특히 ‘코어 근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운동이 있는데,이 교수는 다음의 네 가지 동작을 수시로 반복할 것을 권했다.

① 다리 끌어당기기

운동 전 스트레칭이다. 바닥에 누워 한쪽 다리를 양손으로 껴안는 것처럼 잡은 뒤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이 상태에서 10∼15초 멈춘다. 이어 반대쪽 다리로 자세를 바꿔 같은 요령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5∼10회 반복한다.


② 스쾃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천천히 무릎을 굽히며 앉는다.이때 무릎이 앞쪽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어 발뒤꿈치로 미는 듯한 느낌으로 일어선다. 최소한 10회 이상 반복한다.


③ 브리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뒤 무릎을 세운다. 이어 배와 엉덩이에힘을 주면서 배와 엉덩이를 천장 쪽으로 들어올린다. 천천히 원래 자세로 돌아온 뒤 같은 동작을 10회 이상 반복한다.


④ 버드독

기는 자세를 취한다. 이때 무릎은 엉덩이 너비만큼, 양팔은 어깨너비만큼 벌린다. 이어 한쪽 팔을 앞으로 뻗는다. 동시에 반대쪽 다리를 뒤쪽으로 뻗는다. 5초 정도 유지한 뒤 자세를 바꿔 시행한다. 5∼10회 반복한다.
#방한 수술#척추#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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