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이 설맞이 돈 준대” 헛소문에 中 노인들 춘제 연휴 은행앞 긴 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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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이상 1인당 200위안씩”… 위챗 등에 글 올라와 소동
당국 “사실 아니다” 설명에 진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57)이 설날을 맞아 훙바오(紅包)를 준다는 소문에 많은 노인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긴 줄을 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붉은 봉투란 뜻의 ‘훙바오’는 세뱃돈, 축의금 등 경조사에 쓰이는 돈을 말한다.

15일 환추시보 등에 따르면 음력으로 새해 첫날인 12일 밤 장시성 푸저우의 여러 은행 지점 앞에 갑자기 노인 수십 명이 긴 줄을 섰다. 이들은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마윈이 60세 이상 노인 1명당 훙바오 200위안(약 3만4000원)을 준다고 한다. 사회보험 카드를 갖고 가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몰려들었다. 당국은 노인들에게 진상을 설명하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했다. 많은 노인이 상당히 아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인 11∼17일 중국에서는 은행들이 문을 열지 않는다. 이를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믿었던 것은 그동안 여러 기업이 춘제 기간에 훙바오를 종종 뿌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는 2019년 설날에 10억 위안(약 1721억 원)의 훙바오를 뿌렸다. 이보다 앞서 2016년엔 알리바바가 훙바오 2억 위안(약 344억 원)을 지급했다. 대부분 선착순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이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대상을 노인들로 한정해 훙바오를 지급하겠다는 소문이 돌면서 고령자들이 은행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번 소동으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마윈의 위상이 건재함이 입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마윈은 ‘전당포 영업’이란 표현으로 금융규제의 후진성을 비판했다가 정부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 이로 인해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이 무산되는 등 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했다. 마윈은 지난달 20일까지 석 달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13일 블룸버그뉴스는 마윈이 최근 몇 주간 유명 휴양지 하이난(海南)섬 리조트에 머물면서 골프를 즐겼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마윈#설맞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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