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규모 줄여 3월 둘째주 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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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부터 9일간 진행하기로… 연기론에도 전작권 전환 감안
美, 2단계 검증엔 유보 입장… 한미, 전시지휘소 위치도 이견

한미 군 당국이 3월 둘째 주부터 전반기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훈련 시행 여부를 두고 정부 내에서 연기론이 나오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일단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한국과 미국이 큰 틀에서 합의를 본 것. 다만 이번 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 능력 검증을 진행할지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2022년 5월)에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해 이번 훈련에서 운용 능력 검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전반기 연합지휘소연습(CPX)을 다음 달 8일부터 진행하기로 하고 규모나 훈련 계획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다. 이번 훈련은 1부와 2부로 나눠 18일까지 총 9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훈련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실제 병력이 투입되는 실기동훈련(FTX)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한미는 2018년부터 북-미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한다는 명목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미가 다음 달 훈련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정부 내 관계 부처 간 이견이 많이 노출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대회에서 한미훈련 중단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남측 태도에 따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진 2018년)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통일부, 외교부 등에서 남북 관계를 고려해 이번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훈련을 연기하는 “유연한 대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군 당국이 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한 것은 이번 훈련이 임기 내 전작권 전환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하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규모를 축소해 실시한다는 ‘시그널’을 북한에 보낸 셈”이라고 했다.

이번 훈련에서 지난해 실시하지 못한 미래연합사의 운용능력 2단계(FOC·완전운용능력)를 검증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군은 북한 반발 등을 고려해 훈련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FOC 검증을 병행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한국군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검증을 유보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16일 북한이 ‘광명성절’이라 부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전후해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꾸려질 미래연합사의 전시지휘통제소 위치를 두고도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군 측은 전시지휘소로 경기 성남시 ‘CP탱고’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군은 수도방위사령부가 관할하는 남태령의 B-1 문서고를 전시지휘소로 선호하며, 몇 년 전부터 이를 위한 리모델링 작업을 해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미훈련#8차 노동당 대회#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광명성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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