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집 맡겨진 10세 여아, 멍든 채 욕조서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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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 때린 적 있어” 학대 시인
경찰, 이모 부부 긴급체포

이모 집에 맡겨졌던 10세 여자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졌다. 경찰은 아이의 몸에서 멍 자국을 확인하고 이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 양(10)의 이모 B 씨와 이모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 양은 이날 낮 12시 35분경 용인시 처인구 B 씨 아파트 화장실 욕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B 씨는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못 쉰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양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지만 A 양은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A 양의 팔과 다리에 난 수십 개의 멍 자국을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B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몇 번 가볍게 때린 적은 있다”고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A 양은 이모 집과 가까운 곳에서 부모와 함께 살다가 석 달 전부터 B 씨의 집에서 지냈다.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부모는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직장 때문에 아이 밥을 챙기지 못해 언니에게 맡겼다”고 진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접수된 A 양에 대한 학대 신고는 없었다. 경찰은 A 양의 발육상태와 예방접종 등 병원 진료기록을 참고해 친부모가 아이를 방임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둔기에 맞은 흔적이나 찰과상은 없었다. 장기 파열이 있는지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아동학대#이모집 여아#멍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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