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고귀한 희생 기억해야[동아 시론/하종원]

하종원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입력 2021-02-09 03:00수정 2021-02-0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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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 죽이는 것 아닐까’ 유가족 자책
고귀한 희생에도 제자리인 장기기증 인식
새 생명 돌려준 기증자 추모공원 조성
미래세대와 공동체 위한 배움터로 활용해야
하종원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장기기증과 이식에 관한 심도 있는 기사가 동아일보에 연재됐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함께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장기기증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신년부터 시작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아직도 장기기증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고, 뇌사자 장기기증이 법제화된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많은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은 뇌사나 장기기증이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뇌사를 비롯한 사고 등은 예고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일생 동안 나 자신이나 주위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한 번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해보고 가능할 경우 장기기증을 할 수 있도록 미리 기증희망등록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장기기증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 못 하고, 장기기증을 하는 것이 ‘내 가족을 죽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망의 정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 사망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뇌사로 알려진, 몸에 혈액순환은 되고 있으나 뇌로는 혈액순환이 안 되어 뇌가 먼저 죽는 경우와, 흔히 말하는 심폐정지 사망이 있다. 심폐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본다면, 심폐정지로 혈액 순환과 산소 공급이 안 되어 궁극적으로 뇌가 죽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인 사망은 뇌가 죽을 때인 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해져야 가족들이 기증으로 환자를 죽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자책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유가족의 말에서 보듯 돈을 받고 기증한 것이 아닌가, 즉 ‘장기를 판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해진 비용으로 장제비 등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하고 있으나, 유가족들이 기증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환자의 일부라도 이 세상에 살아서 완전히 내 곁을 떠난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보상을 바라고 기증을 하는 것이 아닌데, 사회의 일부 잘못된 시선과 예우제도의 역효과 때문에 오히려 사회로부터 숨어버리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움이 든다. 기증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기증자와 유가족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는 글도 있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안이나 장기 기증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본 ‘이스탄불 선언’ 등으로 볼 때 현금 보상은 국제적인 규범에 맞지 않는다. 금전적 유인책으로 볼 수도 있으니 현금 지급을 통한 예우는 장기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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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이분들을 예우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분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고 계속 사회가 기억해 주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기증자를 기념하고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사회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념하는 공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는 시민정신을 함양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용산가족공원과 같은 곳에 사회를 위해 생명을 희생한 의사자, 소방관, 경찰관 등 시민정신의 귀감이 되는 분들과 함께 장기기증을 통해 사회에 생명을 돌려준 분들을 기억하는 기념공원을 조성하면 어떨까.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이분들에 대한 예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공간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와서 배우고 느끼며 이러한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배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이런 공간에 이름이 기록된다는 것이 얼마나 영예로운 것인가를 인식하게 되며,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는 일의 가치를 자연스레 알게 되어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도록 일조할 것이다.

현재 일부 유가족들은 ‘한국 기증자 유가족 지원본부’라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매개로 서로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면서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돕고 있다. 특히 ‘생명의 소리 합창단’을 통해 기증자 유가족, 이식 수혜자, 기증 희망자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이런 활동에 더 많은 유가족들이 참여하여 아픔을 치유하고 사회로 건강하게 복귀하게 된다면 더 큰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종원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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