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추억이 가득한 콩과 팥[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6〉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입력 2021-01-18 03:00수정 2021-01-1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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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붉은색이 악마를 없애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중국 주나라(기원전 11세기경) 사람들은 그들이 새해로 삼은 동짓날을 팥죽을 먹으며 기념했다. 그 풍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 찰밥은 축제나 새해를 기념하던 음식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슈퍼와 편의점,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원래 붉은 쌀이 이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팥과 찹쌀로 대체되었다.

검은콩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이며 실크로드를 통해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건너갔다. 콩뿐만 아니라 어린 콩깍지는 야채처럼 먹을 수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다. 1674년 서아프리카의 노예들이 지금의 미국 남부로 이주하면서 함께 가져 간 것이 콩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북군이 철수할 때 콩과 옥수수는 인간이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동물사료라고 생각해 남겼다. 전쟁의 패배로 폐허와 함께 남겨진 굶주린 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호핑 존’과 ‘텍사스 캐비아’라는 상징적인 음식을 탄생시켰다.

나의 어린 시절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가족들과 함께 참여하는 운동회였다. 등 뒤에 양손을 묶은 채 입으로만 줄에 매달린 앙꼬 빵을 먹는 경기도 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는 오키나와 바다에서 수영을 배웠는데 최소 10m를 헤엄치면 앙꼬 빵과 우유를 상으로 받았다. 수영하며 짠 바닷물을 들이켠 탓인지 달콤한 팥빵은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팥빙수와 단팥죽도 팥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어린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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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인기가 있다. 그중 단팥을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 한국, 일본 외에는 거의 없다. 일본에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서양인들은 일본 음식 중 ‘청국장(낫토)’ ‘절인 매실(우메보시)’ ‘팥’ 순으로 싫어한다고 답했다. 앞 두 가지는 이해되지만 팥은 좀 놀랍다. 색깔과 질감 때문에 ‘달콤한 진흙’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콩은 항상 소금이나 향신료를 첨가해 요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콩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강낭콩이다. 아즈텍 제국은 콩을 세금 대신 받았다. 콜럼버스는 그의 두 번째 항해(1493∼1496)에서 돌아올 때 유럽에 이를 전파했다. 가장 친숙한 품종은 빨간색이지만 흰색, 검은색, 다양한 얼룩무늬 품종도 있다.

콩과 쌀은 단백질과 에너지원으로 서로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고의 재료인 것 같다. 긴 역사와 함께 브라질에서 서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요리들이 다양하다. 미국의 베이크빈과 칠리 콘 카르네, 프랑스의 카솔레, 브라질의 페이조아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매주 월요일이 강낭콩과 쌀의 날이다. 콩 요리의 유행은 세탁기가 개발되기 전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주부들이 빨래를 하는 한나절 동안 난로에 콩을 끓이는 등 동시 진행이 가능한 최적화된 음식이었다. 슈퍼볼과 카니발 같은 대규모 모임에서도 상징적인 음식이 되었다. 재즈계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은 그의 편지에 항상 ‘Red beans and ricely yours’라 표현할 정도로 자신의 태생과 루이지애나주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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