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도 모자라 이란핵에 볼모로 잡힌 한국 외교

동아일보 입력 2021-01-18 00:00수정 202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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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교부는 16일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를 석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곳은 사법당국뿐”이라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차관의 이란 방문 이후에도 전혀 해결의 기미가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나포사건은 미국의 이란 제재와 한국 내 동결 대금, 제재를 풀기 위한 미-이란 간 핵합의(JCPOA)까지 한 묶음으로 얽힌 사안”이라며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했다.

선박 나포사건은 예견됐던 대로 매우 복잡한 국제적 외교 사안임이 확인됐고 그만큼 사태의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이란이 나포 직후 한국에 동결된 원유대금 70억 달러의 해제를 들고 나오면서 그 성격은 분명했다. 이란은 우리 선박이 위반했다는 환경오염의 증거도 대지 않은 채 “미국의 동결자금 해제 허가를 받아오라”고 다그쳤다. 애초부터 한국은 이란이 미국을 향해 벌이는 인질극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미국과 협의한다지만 당장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진작부터 이란 핵합의 복귀를 약속한 만큼 이 합의를 일방 파기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한결 얘기가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새 행정부가 내각 구성을 마치고 의사결정의 공백을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바이든 외교라인은 중동 국가들의 반발을 감안해 이란에 새로운 재협상 조건을 내놓고 있어 그 향배도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 선박과 선원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갑갑한 현실은 미-이란 갈등에 낀 한국의 옹색한 처지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속에 사실상 인질이 되어 한때는 북-미 간 중재자를 자처하다 이젠 양쪽에서 “북한 대변인이냐” “미국 꼭두각시냐” 소리를 듣는 한국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군색한 소리를 해야 하는 지금 상황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반도 특수상황 또는 당장의 기회수익을 내세워 국제규범과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등한시해온 결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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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볼모로 잡힌 우리 국민의 안전한 구출을 위한 어떤 외교적 노력에 한 치의 모자람도 없어야 한다. 미국에는 바이든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 쪽 인사들과도 접촉해 이란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이란 핵합의에 참여한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도 접촉에 나서 이란에 대한 국제적인 설득과 압박에 동원해야 한다. 이런 전방위 외교가 우리 외교를 재점검하고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란#외교부#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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