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로 기업간 협력 강화… 신산업 발굴해 전문인력 키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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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재 육성을 위한 산학연 간담회

지난해 12월 18일 부산대에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이 주최한 ‘미래소재 육성을 위한 산학연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이채윤 리노공업 회장, 김학민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김봉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김광호 미래소재연구단장, 이일수 미래소재연구단 이사장,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 뒷줄 
왼쪽부터 신경호 KIST 책임연구원, 김득중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정훈 스탠다드그래핀 
대표. 홍덕선 사진작가 제공
지난해 12월 18일 부산대에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이 주최한 ‘미래소재 육성을 위한 산학연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앞줄 왼쪽부터 이채윤 리노공업 회장, 김학민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 김봉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김광호 미래소재연구단장, 이일수 미래소재연구단 이사장,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 뒷줄 왼쪽부터 신경호 KIST 책임연구원, 김득중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정훈 스탠다드그래핀 대표. 홍덕선 사진작가 제공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론 소재를 활용한 신산업을 활성화하고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2월 18일 부산대에서 열린 ‘미래소재 육성을 위한 산학연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소재 분야 10명의 산학연 전문가는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 규제 조치에 그동안 긴급 대응을 잘해 왔지만 이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를 개최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수준의 기술 확보를 위해 설립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로, 2013년부터 차세대 소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산업계에서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과 이정훈 스탠다드그래핀 대표가, 학계에서는 김광호 미래소재연구단장(부산대 교수)과 김득중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전 한국세라믹학회 회장), 최시영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계에서는 김학민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와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이 참여했으며 김봉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과 이일수 미래소재연구단 이사장(전 기상청장)이 참석했다.

○‘반짝’ 투자로는 안 돼… 소재 활용 새로운 산업 활성화해야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 공세에 한국은 공급처 다변화 전략과 즉시대응품목 분류, 선제적 연구개발(R&D) 투자, 대·중소기업 간 생태계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소부장 산업 자립화 1년을 맞아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하며 “수세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글로벌 첨단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의 소부장 R&D 투자는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산학연 전문가들은 일본 소부장 공세 당시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던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재 중소기업이 수년에서 수십 년간 R&D에 투자해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구매해주지 않았던 종전과 달리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국내 소재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차세대 탄소 소재인 그래핀에 한 우물을 팠던 이정훈 대표는 “일본 소부장 공세 이후 대기업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해 올 정도로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리노공업의 이채윤 회장도 “최근 1년 사이 대기업이 먼저 좋은 소재·부품을 찾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규모 R&D 투자와 대기업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가 긍정적인 시그널이지만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봤다. 소재 산업의 특성상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학민 서울대 교수는 “기술은 시장이 있어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신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해도 산업화가 안 되고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최시영 교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상용화해 국산화시키는 데는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며 시장과 산업이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전 회장도 “국가적으로 어떤 산업을 소재와 연관시켜 키울 것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산업이 커지면 소재 연구개발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강 소재를 예로 들면 기초연구에 1억 원이 소요될 경우 응용연구에는 10억 원, 파일럿 프로젝트에는 100억 원, 상용화에는 1000억 원이 필요하다”며 각 단계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산업 발굴 노력도 주문했다. 김광호 미래소재연구단장은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려면 미래 혁신기술을 창출하는 소재를 개발한 뒤 산업에 연결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신산업을 발굴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인력 없이는 소재강국 실현 어려워

R&D에 투입되는 인력 양성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기술 분야에서 열정과 실력을 갖춘 고급 인력을 수급하는 것은 핵심 과제다. 특히 소재 분야의 경우 ‘유행’을 따르지 않고 뚝심 있게 R&D에 몰입하는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경호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정책 홍보보다는 소재 관련 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줘야 미래의 인재인 중고등학생들도 관심을 갖고 대학에서 소재를 전공하게 된다”며 “결국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갈수록 열악해지는 지방 소재 대학에 소재 관련 특화 전공을 만들어 학생들을 유입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기초 학문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득중 교수는 “소재의 기본은 철강, 유리, 시멘트인데 국내 대학에서는 금속이나 세라믹을 가르치지 않은 지 오래됐다”며 “기초와 기본을 튼실하게 가르치지 않고 응용만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전 회장은 “국내에 필요한 학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교수 및 연구자들을 지원해야 인력이 양성된다”며 “결국 정부의 장기적인 대응과 계획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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