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여는데 왜 헬스장만… ”실내체육시설들 ‘오픈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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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들쑥날쑥 방역기준 반발 확산
“어디는 문열고 어디는 안되고… 다른 업종과 형평성 맞춰달라”
스크린골프장 등 불만 쏟아져
‘취식금지’ 카페도 공동대응 움직임… 학원은 ‘9명이하 대면수업’ 혼란
당국 “업종별 방역지침 보완 검토”

‘벌금 300만원’ 경고에도 영업 강행 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17일까지 연장하며 피트니스센터 등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유지하기로 하자 일부 업소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영업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영업을 하다 단속에 걸린 업소에는 계고장을 발부하고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벌금 300만원’ 경고에도 영업 강행 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회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17일까지 연장하며 피트니스센터 등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유지하기로 하자 일부 업소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영업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영업을 하다 단속에 걸린 업소에는 계고장을 발부하고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태권도장도 되는데 왜 우리만 안 되나요?”

4일 오전 9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A피트니스센터.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연 센터에는 회원 대여섯 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1m 이상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 땀을 흘렸다.

이 피트니스센터가 다시 회원을 받은 건 거의 한 달 만이다.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8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3일 정부 발표대로라면 해당 업소들은 2.5단계가 17일까지 연장돼 지금도 문을 열 수 없다. 하지만 센터를 운영하는 김성우 씨(44)는 이날 영업을 강행했다.

“억울하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 방역 조치가 필요하단 건 이해하죠. 그런데 기준이 불합리해요. 휴업해도 매달 임차료와 관리비로 1000만 원씩 내요. 오죽하면 문을 열고 ‘시위’를 하겠어요.”

4일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피트니스센터들이 방역지침 항의 차원에서 영업을 재개한 이른바 ‘오픈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측은 “이날 전국 500여 곳이 동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단속을 감수하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어린이·청소년 교육 기능을 가진 일부 시설만 허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실내체육시설들의 원성이 유독 큰 건 같은 운동시설인 태권도장이나 검도장 등은 문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역시 오픈 시위를 감행한 경기 안양시에서 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이정혁 씨(38)도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태권도장 등의 운영이 허용된 데는 사정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실내체육시설은 교육기관의 특수성을 가진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 태권도장 등은 겨울방학 아이들 ‘돌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란 취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들도 이용자 연령이 고교 3학년 이하, 동시간대 교습 인원 9명 이하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영업한 업소들은 모두 단속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를 통해 이미 공문을 내려 보냈다. 위반 시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계고장을 발부하고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여할 수 있다. 위반이 지속되면 형사 고발도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업소 내부에서 취식이 금지된 카페들도 17일까지 조치가 연장되자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인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식당에서 밥 먹으면 코로나19 안 걸리고 카페에서 음료수 마시면 걸리느냐”며 “7일 세종시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집단 소송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운영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야외 골프연습장은 영업이 가능하지만, 스크린골프장은 실내건 야외건 집합금지 대상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야외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우모 씨(54)는 “실내·실외가 기준도 아니고, 사람이 모이지 않게 하려면 야외 골프연습장도 금지해야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동시간대 9인 이하 대면수업’ 기준이 애매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수학학원 원장은 “벌써부터 ‘우리 아이는 대면수업에 넣어 달라’는 학부모 요청이 쏟아진다. 9명을 맘대로 고를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노원구에서 미술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서모 씨(54)는 “전체 원생이 180명이 넘어 9명씩 수업을 짜기가 너무 힘들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시간대가 겹쳐서 힘들게 양해를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집합금지 대상인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관련 지침의 보완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합금지 업종의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청장은 “거리 두기를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선 계속 현장 의견 등을 반영해 수정·보완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영 ksy@donga.com·박종민·김소민 기자
#코로나19#방역기준#피트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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