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새 작품은 젊은 술사들의 사랑 다룬 판타지 사극”

이호재 기자 입력 2020-12-26 03:00수정 2020-12-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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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공동집필 드라마작가 ‘홍자매’
특정 시기 알 수 없는 시대 배경… 가상공간 속 벌어지는 이야기
“CG로 동양적 술법-액션 구현… 새로운 공간이 사랑 그리기 좋아
의리 깃든 멜로가 우리의 차별점”
언니 홍정은(왼쪽)과 동생 홍미란으로 구성된 드라마 작가 ‘홍자매’는 15년간 공동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한집에 살고 서로 수다를 떨듯 모든 대사와 에피소드를 함께 만든다. 스튜디오드래곤 제공
드라마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는 쉬지 않는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현대식으로 각색한 ‘쾌걸 춘향’(2005년)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12개 작품을 쏟아냈다. 귀신이 머무는 호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호텔 델루나’(2019년)가 13%의 시청률을 기록하자 제작진과 함께 특별 포상 여행을 갈 수 있게 됐지만 “작가가 가면 현장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며 고사했다. 지금도 자매가 한 지붕 아래 살며 매일 수다 떨듯 작품을 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스튜디오드래곤 사무실에서 만난 홍자매는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 촬영 시작을 목표로 캐스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은 스튜디오드래곤이 맡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세트장에서 촬영하고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제작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새 작품을 한 줄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언니 홍정은 작가(46)는 “천기(天氣)를 다루는 젊은 술사(術士)들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판타지 사극”이라고 했다. 시기적으론 약 1000년 전, 공간적으론 한반도 북부를 염두에 뒀다. 다만 실제 역사에 기반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가 배경이다. “발해가 건국되기 전 고구려 유민들의 이야기가 바탕이지만 특정 시기를 짐작할 수는 없는 판타지물이에요. 역사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죠.”

기존 사극의 엄숙함을 내던지고 만화적인 상상력을 실험했던 ‘쾌도 홍길동’(2008년)과 무엇이 다른지 묻자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동양적 술법과 액션 장면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홍길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야 하는데 12년 전에는 이를 그리는 게 쉽지 않아 활극에 그쳤지만 이번엔 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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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이란 평판 그대로 새 작품에도 사랑과 웃음이 진하게 묻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쟁이 여자와 완벽한 남자의 만남을 그린 ‘마이걸’(2005∼2006년)이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재벌가 여성과 시골 수리공의 사랑 이야기인 ‘환상의 커플’(2006년)처럼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최고의 사랑’(2011년)의 잘난 척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 독고진처럼 독특한 로맨스 주인공도 기대할 만하다.

로맨스를 계속 쓰는 이유를 묻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주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20, 30대 여성 시청자를 노리는 한국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자 그때까지 말수가 적던 동생 홍미란 작가(43)가 나서서 답했다.

“우리가 쓰는 멜로에는 다른 작품과 달리 의리가 있어요. 남녀 주인공이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 믿게 되고 마음을 내주는 사이가 되는 게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이에요.”

서로 첫눈에 반하거나 성적으로 호감을 갖는 서사가 아니라 고난을 거치며 의지하는 사이가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홍정은 작가는 “서로 사랑하게 된 호텔 델루나의 여주인공 장만월과 남주인공 구찬성을 동성(同性)으로 바꾸면 우정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자매는 최근 들어 연달아 판타지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를 배경으로 손오공의 여정을 그린 ‘화유기’(2017∼2018년)처럼 독특한 설정의 작품을 쓰는 건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란다. 홍정은 작가는 “더 이상 시청자들은 재벌에게 시집가는 ‘백마 탄 왕자’의 로맨스에 감동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가 사랑을 그려 나가기 좋다”고 했다.

작품마다 시청률 압박에 시달리는 드라마의 세계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동거(同居) 집필 덕이다. 자매는 경기도의 한 주택에 함께 산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 서로를 찾는다. 밥을 먹다가도 대사가 생각나면 함께 컴퓨터를 켜고 대본을 쓴다. ‘둘 중 누가 이 명대사를 썼냐’고 물어봐도 기억하지 못한다. “죽어도 이 대목은 못 바꾼다”고 싸워 소파 양 끝에 떨어져 앉아 있다가도 서로를 찾게 된다는 자매. 그들에게 아직 휴식기는 먼 이야기처럼 보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드라마 작가#홍자매#쾌걸 춘향#호텔 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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