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치 파괴 앞에 선 법원, 尹소송 신속하게 결론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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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에 불복해 어제 서울행정법원에 정직처분 집행정지 신청과 정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윤 총장의 불복으로 정권이 밀어붙인 징계처분은 결국 법원이 정당성 여부를 판정하게 됐다. 이번 사안은 현직 검찰총장의 임기 도중에 직무를 중단시킨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윤 총장 개인의 명예 회복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시스템을 권력이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 사안이다.

법원이 먼저 결정을 내릴 집행정지 신청사건은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징계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앞서 정직 2개월의 징계로 인해 윤 총장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었는지를 두고 판단한다.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을 때는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1주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이때 법원은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은 금전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이며 사후에 본안 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추 장관이 징계를 청구하면서 임시조치로 내린 직무정지와 정식으로 징계 결정이 난 데 따른 직무정지는 성격이 물론 다르다. 하지만 임기가 보장돼 있는 검찰총장이라는 직위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감안하면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윤 총장 사건 본안 소송은 통상적인 행정소송 소요기간에 비춰보면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이전에 1심 판결도 나오기 어렵다. 승소하더라도 임기가 끝난 뒤라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결국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입법부마저 거대 여당이 일방 독주를 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법치 파괴 사태를 바로잡을 곳은 이제 사법부밖에 없다. 윤 총장 징계사건 소송을 법원이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판정해줘야 하는 이유다. 법원마저 이를 외면한다면 민주화 이후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축적돼온 우리 민주주의는 퇴행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법치#파괴#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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