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 “이 시대의 불안한 청춘…제 자신과도 다르지 않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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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제’ 주인공 맡은 남주혁
“사랑에 아파하는 취준생 연기, 느낀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
중학교 때까지 농구선수가 꿈… 살아보지 않은 삶 살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은 너무 매력적”

영화 ‘조제’에서 일과 사랑 모두 불안한 취업준비생 영석을 맡은 남주혁. 그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눈이 부시게’ ‘스타트업’에서도 성장통을 겪는 청춘을 연기했다. 남주혁은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20대 남주혁이 갖는 느낌과 감정에 가까운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조제’에서 일과 사랑 모두 불안한 취업준비생 영석을 맡은 남주혁. 그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눈이 부시게’ ‘스타트업’에서도 성장통을 겪는 청춘을 연기했다. 남주혁은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20대 남주혁이 갖는 느낌과 감정에 가까운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대 남자 배우 기근’이라는 우려가 그 앞에선 말끔히 걷힌다. 올 한 해에만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스타트업’과 10일 개봉하는 영화 ‘조제’에 출연한 배우 남주혁(26) 이야기다. 남주혁은 ‘검사외전’을 연출한 이일형 감독의 신작 ‘리멤버’ 촬영을 마쳤고,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히어’에 캐스팅돼 촬영에 들어간다. 올해 가장 다작한 남자 배우이자 내년 라인업까지 꽉 찬, 대세 중 대세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다양한 작품에 캐스팅됐지만 어느 하나 비슷한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무기력해 보이지만 속정 깊은 한문교사 홍인표(보건교사 안은영), 소심한 모태솔로와 승부사 기질의 천재 엔지니어라는 두 얼굴을 지닌 남도산(스타트업)에 이어 조제의 불안한 청춘 영석까지. 세 캐릭터가 도화지 같은 남주혁의 얼굴 안에서 각기 다른 신선함으로 재탄생했다.

8일 화상으로 만난 남주혁은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영석의 감정을 여전히 간직한 듯했다. 그는 50분간 조제를 향한 영석의 마음에 대해 주저 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영화는 휠체어에서 떨어진 조제(한지민)를 영석이 도와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을 겪는 이야기다. 2003년 개봉한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원작이다.

“영석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평범함이에요.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니 인생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큰 시기죠. 상황이 불안해 주변에서 손만 내밀어도 덥석 잡아버릴 것 같은 친구예요. 20대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함을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남주혁은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인간 남주혁 역시 동시대의 20대 청춘으로서 영석이 겪는 사건과 감정에 깊게 공감했기 때문.

“조제와 영석의 만남 자체는 굉장히 특별하지만,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고 이별하는 순간까지 영석이 겪는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에요. 저 역시 연인, 가족, 친구들과 만나고, 어쩔 수 없이 멀어져야만 하는 상황을 겪었기에 모든 장면,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이 갔어요.”

연기 생활 7년 차인 그가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은 건 지난해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통해서다. 남주혁은 벼랑 끝에 선 청년, 상대 배우인 김혜자의 남편 그리고 김혜자의 주치의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 이 같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순간의 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하려는 노력 덕이었다.

“대사나 제스처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의식하기보다 대사를 읽고 상대를 만났을 때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해요. 조제에서도 그랬죠. 조제와 이별하고 5년 뒤 옆 차량의 조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덤덤하게도 해보고, 펑펑 울기도 하고, 눈물은 흘리지만 숨기려는 감정도 표현하면서 여섯 번을 찍었어요. 제게 떠오르는 모든 감정을 영석 역시 온전히 느꼈을 것 같았기에 꾸미지 않았어요.”

중학교 때까지 농구선수를 꿈꾸던 그는 스무 살 되던 해 모델 일을 시작했다.그 과정에서 배우의 꿈을 꾸게 돼 2014년 tvN ‘잉여공주’로 데뷔했다.

“배우는 한 인물을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살아보지 않은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접근하고, 어떻게 하면 그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무척 행복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조제#남주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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