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연평의 상처’… 北 해안포 수시개방 등 위협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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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도발 10주기]北, ‘공무원 피살’ 후에도 포문 개방
‘9·19합의 위반’ 항의 아랑곳 안해
軍 ‘환기 등 시설 관리차원’ 판단,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
“10년전 허찔린 교훈 벌써 잊었나”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도발을 가한 지 23일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위협 양상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연평도를 겨냥한 북한의 기습도발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여지가 지금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로도 최근까지 북한이 연평도 바로 맞은편 해안포 진지를 수시로 열어 두는 게 대표적인 징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완충수역 내 포문을 개방하는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군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포문을 열고 있다.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피살 사건 직후에도 우리 군경이 수색에 나서자 북한은 자국 영해를 침범했다는 경고와 함께 해안포 포문을 대거 개방한 바 있다.

하지만 군은 명백한 공격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환기 등 시설물 관리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9·19 군사합의 이후 서북도서의 대북 긴장도를 이완시키려는 북한의 노림수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의 해병전력은 북한에 ‘허리를 겨눈 비수’이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만큼 아무리 사소한 대북 동향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 K-9 자주포 진지에서 대응사격을 준비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해병대 K-9 자주포 진지에서 대응사격을 준비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실제로 연평도에는 1500여 명의 해병대원과 함께 K―9 자주포, 천무 신형다연장로켓포(MLRS), 스파이크 미사일 등 주요 화력이 배치돼 있다. 이들 전력은 북한이 도발하는 즉시 해안포와 장사정포 진지를 비롯해 황해도 내륙의 북한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에 대해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연평도는 유사시 대북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교두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북한은 황해도 해안과 내륙에 다양한 구경과 사거리의 포병 전력을 대거 전진 배치해 연평도를 24시간 겨누고 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도발 9주년 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령도 인근 창린도를 찾아 포격훈련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남한에 큰 충격을 안겨준 연평도 포격도발이 자신의 ‘작품’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일선 부대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북도서를 무력화하면 인천 앞바다를 거쳐 서울까지 최단 시간에 무력 진입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북도서를 점령하는 작전계획을 세우는 데 북한군이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7년 8월 김 위원장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대한 대량 포격 및 특작부대의 대규모 기습점령 훈련을 참관한 뒤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남북이 ‘서해 평화수역’에 합의할 경우 북한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전력의 감축·철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9·19 합의의 핵심인 NLL 일대 평화수역을 서북도서의 우리 군을 ‘무장해제’시키는 빌미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서북도서에 대한 도발을 단념하고, 그 사실이 객관적으로 검증될 때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될 것”이라며 “연평도 해병부대에 자체 대북 감시정찰 자산을 배치해 실시간 대북 타격력을 보강하는 등 도발 대비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연평도 포격도발 10주기#9·19 군사합의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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