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스트는 정치 무관심 뒤에서 웃는다[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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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손해 고려 않는 정치 포퓰리즘
민주주의 위기에도 원천봉쇄 안돼
깨어있는 국민의 비판만이 해결책
엄격한 잣대로 정책 평가해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국민의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선출한다. 국민들은 선출된 공직자들이 전체 국민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은 자기의 당선을 최우선으로 활동한다. 득표에 도움이 되면 전체 국민에게 손해가 되는 포퓰리즘 정책도 추진한다.

금번 여당인 민주당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동남권 공항 후보지로 기존 김해공항과 밀양, 가덕도가 거론됐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4년 전 프랑스의 공항 전문 용역기관에 의뢰하여 평가한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 후 부산시에서 김해공항 확장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2019년 김해공항 검증위원회를 발족시켜 타당성을 검증했다. 최근 검증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그 내용은 일부 보완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검증위 보고서가 나오자 민주당은 김해공항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었으니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각종 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들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추진한다. 김해공항 검증위는 김해공항 건설 관련 일부 사항을 검증한 것뿐이고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서 타당하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난데없이 가덕도 신공항이 결정된 것처럼 소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는 4년 전 평가 시 후보지 3곳 중 꼴찌였다. 금번 검증위 조사 시 공항 건설에 중요한 요소인 경제성 평가는 조사 대상에 있지도 않았다. 가덕도는 김해공항에 비해 건설비가 5조 원 더 소요된다. 굳이 가덕도 공항을 추진하려면 타당성 조사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여당이 논리도 없이 무리한 시책을 추진하면 야당은 이를 비판해야 할 터인데 야당인 국민의힘은 중구난방이다. 부산 출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비판은커녕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내년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함이다. 부산 출신 야당 국회의원들이 여당의 정략을 알면서도 이를 비판 못 하는 것은 차기 선거에서 표를 잃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새로 생긴 일도 아니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확산되면서 민주주의 위기론까지 거론된다. 그러면 포퓰리즘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표를 얻어 당선되는 정치인들이나 자기 지역 발전을 위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유혹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손해 보는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그런 정치인을 비판하고 낙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우선 학교 교육에서 민주주의 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가 무엇인지, 어떤 정책이 포퓰리즘 정책인지, 누가 포퓰리스트인지 알도록 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성행한다. 현실적으로 생업에 바쁜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 갖기가 어렵다. 관심을 갖더라도 무엇이 포퓰리즘 정책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 시민은 가덕도 신공항에 무관심하기 쉽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추가적인 5조 원은 수도권 전월세 대책에 쓸 수 있는 재원을 축소할 것이기 때문에 서울 시민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또한 지식인, 중산층 등 여론 주도층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이 정책을 제대로 알고 평가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결과 분석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정책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실명제를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임대차3법과 가덕도 특별법의 경우 ‘홍길동 법’ 등 주도적 입법자의 이름을 붙여 사후 결과에 대해 국민의 엄격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대권 후보들에게 가덕도 공항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도록 하고 이를 국민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퓰리즘이 성행하면 결국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같이 온 국민이 불행해진다. 이를 막으려면 국민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로 행동해야 한다. “정치는 더러워 관심이 없다” 하면 사기꾼 정치인만 판칠 것이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정치 포퓰리즘#더불어민주당#김해공항 검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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