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친다

김형민 기자 입력 2020-11-17 03:00수정 2020-11-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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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양대 항공사 통합 공식화… 동반 부실 막으려 고육책
산은이 8000억원 투입해 세계 7위 항공사로 재탄생 승부수
항공수요 침체속 통합효과 불투명… 생존 위한 본게임 시작
하나 되는 두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공식화된 16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착륙하는 동안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대 국적 항공사의 ‘빅딜’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다. 이로써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32년간 이어진 양대 국적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린다. 이번 통합은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키기 위한 처방이지만 인수자인 대한항공 상황도 녹록지 않아 국내 항공 산업이 생존을 위한 본게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로 했다. 통합 방식은 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에 8000억 원 투입→한진칼은 대한항공에 7300억 원 투입→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 원 투입 및 채권 3000억 원 인수 순으로 이뤄진다.

산은과 한진그룹은 항공사 통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 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다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 것인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아시아나를 둘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항공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산은은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불발된 이후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7개 그룹에 아시아나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한진을 빼고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거론됐던 양대 항공사 통합 카드를 결국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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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체제가 계속 유지되면 내년 말까지 항공업계에 4조8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줄어든 여객·화물 수요를 놓고 제 살 깎기 식 경쟁을 벌이다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8000억 원을 투입해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항공사로 재탄생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통합 이후) 한진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해 성적이 나쁘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전 세계 항공 수요가 동반 침체한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은은 대한항공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협약까지 맺은 만큼 현재로선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두 회사의 생존 레이스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둘 다 살거나 아니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 산은 “혈세투입 최소화하는 길”… 조원태 회장에 특혜 논란도▼


산은 8000억 종잣돈으로 풀어
한진칼 지분 10.6%… 조회장 우군
“매년 주주일가 윤리경영 평가… 결과 저조하면 경영 손떼게 할것”
경영권 다투는 3자연합 “법적대응”


정부가 정책자금 8000억 원을 종잣돈으로 풀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항공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민 혈세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번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에 대해 “혈세를 투입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구조만 탄탄하게 해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경영 평가를 통한 경영진 교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특혜 시비 진화에 나섰다.

○ 특혜 논란 vs 국민혈세 투입 최소화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 원)와 ‘전환사채(CB) 발행’(3000억 원)을 통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은 산은 자금을 활용해 2조5000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7300억 원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3자 연합’ 측은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산은이 증자한다는 건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이 최소 비용으로 적어도 1년 이상 두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 통합을 하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 총 4조8000억 원의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에 투입된 국민 세금은 모두 14조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 및 추가 감자, 매각 추진 시 채무 탕감 등으로 인해 채권단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국책은행 입장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과제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 “경영 평가 나쁘면 CEO 교체”

한진그룹 입장에선 산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아시아나까지 인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산은이 먼저 제안했지만 김석동 한진칼 이사회 의장의 조언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의장을 지낸 김 의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경기고 68회 동기다.

산은은 특혜 논란을 의식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한진그룹 내부에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을 설립할 계획이다. 조 회장 등 경영진은 물론이고 조 회장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주주 일가도 매년 윤리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결과가 저조하면 경영에서 물러나게 할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이 씨 등 경영과 무관한 주주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받았다”며 “윤리경영위원회 권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통합으로 대한항공은 77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1조8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산은은 내년 말 이후 또다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다시 투입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회사에 다시 기안기금이 투입되면 말 그대로 ‘대마불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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