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정훈]대법원, 드루킹 사건 판결 지체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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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이제 대법원의 시간이다.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의 선고 시기 준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정치 공방과 사회 갈등의 종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 지사는 최근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곧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검찰도 무죄 판결이 난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에 따르면 선거사범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하되 특히 2, 3심은 전심(前審) 선고 후 3개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드루킹 특검법은 시간 관련 기준이 더 빡빡하다. 이 법 제10조는 신속 진행과 함께 판결의 선고는 1심에서는 공소 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 2·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하도록 못 박았다. 하지만 1, 2심을 거치며 특검법은 누더기가 됐다.

김 지사가 허익범 특검에 의해 기소된 것은 2018년 8월이다. 1심 재판부는 5개월 뒤인 지난해 1월 30일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 혐의 징역 2년, 선거법 위반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김 지사는 그동안 도정(道政)과 재판출석을 병행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항소심 재판부의 당초 선고 예정일은 지난해 12월 24일이었다. 올해 1월 21일로 한 차례 연기했으나 의견 조율 실패로 다시 미뤄졌다. 그 사이 재판장도 교체됐다. 2심 선고만 예정일보다 1년 가까이 지체된 셈이다.

물론 사건 기록이 방대하고 검찰과 피고인 주장이 팽팽하면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와 이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재판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소 이후 2년 3개월이 지났다. 그 정도 따지고 살폈으면 검증과 확인은 넉넉하다고 봐야 한다.

김 지사의 항소심 결과를 놓고 우리 정치권은 첨예하게 맞서 있다. 국민의힘은 “당장 도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다”라는 주장을 편다. 김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되리라 믿는다” “절반의 진실을 꼭 밝히겠다”며 맞서고 있다. 여야 불문하고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한 논란도 다양하다.

대법원은 340만 경남도민의 처지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도지사를 선거로 뽑은 1995년 이후 5명 중 3명이 중도 사퇴했다. 툭하면 권한대행이 도정을 맡았던 지긋지긋한 흑역사를 또다시 반복해서야 되겠는가. 인생 최대 갈림길에 선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 이후 첫 출근길에서 “특검 규정과 도정을 감안하더라도 대법원이 빨리 결론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이라면 대법원이 지체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특검법에 재판 결론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아무리 최고 법원이라고 하더라도 법 규정을 어기면 권위를 의심받을 수 있다. 김 지사가 올무를 벗고 정치적 날개를 달든, 경남도민들이 새 도지사를 뽑도록 기회를 주든 일도양단의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사법의 본질적 역할은 사회적 갈등을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공정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년 전 취임사로 했던 이 말을 다시 새겨보면 좋겠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대법원#드루킹#김경수 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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