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을 왜 ‘잔다리’라고 부르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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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동교동 일대의 옛 지명
한강으로 가는 ‘작은다리’ 뜻해
윤재철 시인 ‘우리말 땅 이름’ 출간
새절-신사 등 동네 이름 어원 설명

서울 성동구 지하철 왕십리역 광장에는 김소월 시인의 ‘왕십리(往十里)’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에는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도서출판 b 제공
서울 성동구 지하철 왕십리역 광장에는 김소월 시인의 ‘왕십리(往十里)’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에는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도서출판 b 제공
‘잔다리’ ‘오름’ ‘새절’….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정작 왜 이런 독특한 이름이 붙여졌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운 지명들이다. 우리 땅 이름의 어원을 설명한 책 ‘우리말 땅 이름’(도서출판 b) 2권이 나왔다. 저자는 등단 시인이자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은퇴한 윤재철 시인(67)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됐지만, 매년 가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는 인디음악 축제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가 열린다. ‘잔다리’는 영어 표현으로 보이기도 하고, ‘잔다리(里)’로 보이기도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국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잔다리는 마포구 서교동과 동교동 일대를 가리키는 옛 지명이다. 이곳에서 한강을 가려면 작은 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이를 ‘잔다리’라 불렀고, 한자 표기로는 ‘세교(細橋)’가 됐다. 훗날 동쪽 잔다리는 ‘동교’, 서쪽 잔다리는 ‘서교’가 됐다.

서울 강남구와 은평구의 신사동은 동네 이름은 같지만 지하철역은 각각 ‘신사’ ‘새절’이다. ‘고려사’(1202년) 등에 따르면 강남구 신사동은 한강 모래 벌이 있어 ‘사리(沙里)’ ‘사평(沙坪)’으로 불렸다. 인근 ‘신촌’이라 불린 옛 지명의 ‘신(新)’과 모래의 ‘사(沙)’가 합쳐져 ‘신사’가 됐다. 반면 은평구 신사동은 옛날에 이곳에 ‘새로운 절(新寺)이 있었다’고 전해진 데서 유래해 ‘새절’로 불렀고 지하철 역 이름이 됐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往十里)의 지명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도성 위치를 정하러 다닐 때 어느 노인으로부터 ‘10리를 더 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설화가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고려 말 성리학자 이색(1328∼1396)이 지은 시에는 이미 ‘왕심(旺心·왕성한 중심)’이란 지명이 등장한다. 다른 한자로 ‘왕심(枉尋)’을 써서 무학대사가 ‘가서 찾아본 동네’에서 유래했다는 설화도 있다.

제주에는 독특한 땅 이름이 유독 많다. 소형 화산체인 ‘오름’은 ‘오르다’에서 유래됐다. 오래된 제주 방언으로, 조선시대 김상헌의 ‘남사록’(1601년)에 ‘오름’을 한자 음으로 표현한 ‘오로음(吾老音)’이라는 기록이 있다. 산책 코스로 알려진 ‘올레’는 원래 의미와 크게 달라졌다. 원래 올레는 제주 주택 구조에만 있는 ‘큰길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진입로’를 의미하는 제주 말이다.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유독 부엉이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전남 장성군 부흥리는 ‘부엉부엉’에서 따와 한자로 ‘부흥(富興)’을 쓰다가 ‘부흥(扶興)’으로 바꿨다. 발음을 줄여 ‘봉(鳳)’이 된 사례는 대전 유성구 봉명동, 충남 공주시 봉갑리, 경북 칠곡군 봉암리 등이 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우리말 땅 이름#윤재철 시인#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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