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국방 공동회견 돌연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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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에스퍼 SCM진행후 회견 예정
美, 불과 몇시간 전에 이례적 취소
소식통 “최근 10년 한번도 없던 일”
일각 “대선앞 北 자극 안하려는 것”


미국 워싱턴에서 14일(현지 시간)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한 뒤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됐다. 기자회견을 불과 몇 시간 남겨놓은 시점에 미 측의 요구로 전격 취소된 것이어서 배경에 의문을 낳고 있다.

당초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펜타곤에서 SCM을 가진 뒤 낮 12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양국 장관의 의장대 사열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8시 반경에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주미 대사관 측은 “에스퍼 장관이 미국 측의 사정으로 인해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하게 된 것에 대해 우리 측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SCM에서 양국 장관 공동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양국 장관은 SCM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 합의 내용 등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면서 공고한 동맹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이다. 매년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가며 열리는 SCM은 한미 국방장관이 참가하는 한미 국방 분야 최고위급 협의체로, 이번 SCM은 서 장관의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SCM의 ‘하이라이트’ 격인 공동 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된 것은 최근 10여 년간 본 적이 없다”면서 “뭔가 공개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과 외교당국은 에스퍼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미국이 미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은 이번 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집중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주도할 미래연합사령부의 검증 일정이 늦어져 문재인 대통령 임기(2022년 5월) 내 전환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 측은 전환 작업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미 측과 조율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미 scm#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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