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 밑거름 됐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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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시문학상에 9000만원 기탁한 정철원 협성종건 회장

“영랑시문학상이 영랑 선생의 위상에 맞는 한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 평소 선생을 흠모해 온 부산의 중견기업 회장이 영랑시문학상 시상금으로 거액을 내놨다.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74·사진)은 영랑 선생의 시문학정신을 드높이는 데 써 달라며 9000만 원을 전남 강진군에 기탁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상금 3000만 원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명식은 16일 개최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식에 앞서 열린다.

영랑시문학상은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부터 동아일보와 강진군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정 회장은 동아일보 8월 4일자(A19면)에 보도된 영랑시문학상 기사를 보고 이승옥 강진군수에게 연락해 시상금 기탁을 약속했다.

정 회장은 “마산상고(현 용마고) 1학년 때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읽고 반했다. 영랑의 토속적 시어와 민요적 운율을 늘 가슴에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동아일보와 토지문화재단, 강원도 등이 제정한 ‘박경리문학상’에도 2년간 1억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영랑 사랑’은 남다르다. 영랑 생가가 있는 강진을 10여 차례 찾았고 직접 지은 아파트 단지 3곳의 벽면과 돌담에 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을 쓴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는 “주옥같은 영랑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며 “영랑시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경남 거제 출신인 정 회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건축자재상에서 일을 배워 1972년 독립했다. 1983년 협성건업을 세워 아파트 건설업에 뛰어들었고 현재 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 평가액 5965억 원, 전국 도급 순위 56위(부산 2위)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2010년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협성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영랑시문학상#정철원 협성종건 회장#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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