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일주일만에 세자릿수… 추석發 감염확산 현실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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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양지마을 3명 추가 확진
일가족 8명과 다른 감염원 추정… 추석전 피로연서 전염 가능성 조사
군인-귀성객 등 추캉스 감염 속출
당국 “더 지켜본뒤 거리두기 결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주민들이 집단 감염되면서 마을이 통째로 격리된 전북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 마을로 통하는 입구 도로는 방역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공무원들에 의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황금색으로 알알이 맺힌 벼를 수확해야 하는 바쁜 시기이지만 마을 앞 논에는 농기계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에서는 고요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된 6일로 시간은 멈춰 있었다. 한 주민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한다. 마을 전체가 침울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일가족 감염에 이은 또 다른 감염원

양지마을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건 5일. 30대 여성 A 씨와 가족 7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마을 주민 1명이 추가로 확진되자 방역 당국은 마을 전체를 격리했다. 이들 가족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은 21명을 비롯해 마을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 54명을 전수 검사하는 과정에서 3명이 더 감염된 사실도 확인했다. 32가구 75명이 사는 이 마을에서 현재까지 11명이 확진됐다.

추가로 확진된 3명이 첫 확진자의 일가족에 의한 감염인 줄 알았지만 방역 당국이 다른 감염원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무증상에 따른 ‘조용한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추가로 확진된 3명의 동선과 바이러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Ct(Cycle threshold) 값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일가족보다 먼저 다른 경로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3명 중 2명은 증상도 없었다.

추가 확진자들은 일가족과 접촉이 거의 없었다. 일가족의 Ct 값은 10 수준이었는데 추가 확진된 3명의 수치는 20∼30으로 나왔다. Ct 값이 크면 더 일찍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첫 확진자인 30대 여성이 추석 연휴 기간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추가 확진자 3명은 연휴 이전에 전염됐을 개연성이 확인된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Ct 값이 (감염 시기를 가늠하는 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추가 확진된 부부의 집 마당에서 9월 26일 결혼식 피로연이 열렸고 당시 4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피로연 참석자는 양지마을 주민 10여 명, 이웃 마을 주민 20여 명, 다른 시도 주민 10여 명으로 파악됐다. 검체 검사 결과에 따라 더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더 나오면서 19일로 예정된 격리 해제가 언제 풀릴지도 기약이 없다. 정읍시 관계자는 “당초 2주간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는데,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며 “추가 환자 발생 상황과 정밀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해제 시점을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읍시는 이 마을을 격리하면서 지역 어린이집 60곳과 아동센터 30곳에 휴원명령을 내렸다. 노인·장애인시설 등도 휴관 조치했다. 7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실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과 10명 이상 집회는 자제할 것도 권고했다. 전북에서 마을이 집단 격리된 것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순창군 장덕마을 이후 두 번째다.

○ 연휴 확산 곳곳 확인, 병원 감염도 속출

추석 연휴 기간 이동에 따른 감염 사례가 전국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114명이다. 6일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 일주일 만에 세 자릿수로 늘었다. 추석 연휴 때 5000건대로 떨어진 진단 검사 건수가 이날 1만2640건으로 늘면서 자연스레 확진자도 늘어난 것이다. 37명이 확진된 경기 포천시 군부대에선 확진된 병사 1명이 추석 때 대전 외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귀성한 뒤 확진된 사례와 경기에서 인천으로 귀성한 뒤 확진된 사례를 공개했다.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몰린 병원 내 감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마스터플러스병원에선 17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 보호자 등 30명이 감염됐다.

방역 당국은 이번 주 후반까지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본 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방역 당국은 9일 한글날 이후 사흘의 연휴 기간에 집회 및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정읍=박영민 minpress@donga.com / 김소민 기자
#코로나 19#추석발 감염 확산#양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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