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가계… 돈 최대 끌어 쓴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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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2분기 자금순환 통계
가계 여윳돈 64조… 1년새 40조 늘어
소비위축-재난지원금 등 영향
정부 자금조달은 사상 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가 줄면서 가계 여윳돈이 1년 전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는 국채 발행 등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돈을 끌어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4∼6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64조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4조 원)보다 166% 늘었다. 올 1분기(1∼3월·66조8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자금잉여는 예금, 보험, 주식·채권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자금 조달)을 뺀 것이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는 위축된 반면 불확실성과 저금리가 겹치면서 단기 대기성 자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증시가 ‘V’자 반등에 성공하면서 가계의 주식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로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주식 및 펀드 투자 규모는 2분기 25조3500억 원이었다. 전 분기(5조1200억 원)의 5배 수준으로 늘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정부 빚은 사상 최대였다. 2분기 정부의 자금 운용에서 자금 조달을 뺀 차액은 1분기보다 43% 늘어난 ―37조9000억 원이었다. 정규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적극적 재정 집행에 따라 정부 소비와 이전지출, 투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했다. 매출은 감소하는데 운전자금 수요는 늘면서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 운영과 조달 차액도 ―29조1000억 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34조8000억 원) 이후 가장 컸다. 기업 부채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코로나19#가계 여윳돈#정부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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