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낙태죄 아예 없애라”… 천주교 “태아생명권 박탈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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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심 끝 절충안 내놨지만
여성계 “女 자기결정권 제한” 반발… 개신교는 진보-보수따라 찬반 갈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정부는 개정안 마련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5∼10월 약 6개월 동안 여성계와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인사를 만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여성계를 중심으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전달됐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임신 시기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지 말고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 임신과 출산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낙태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완전 폐지로 후퇴가 아닌 진전을 택하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종교계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가톨릭 교구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올 8월 주교단 명의의 성명에서 “낙태죄 폐지는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교단은 이 성명에서 “국가가 법을 통해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면, 이는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과 약자 보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나아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8월 법무부에 낙태죄 입법 추진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고,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천주교 주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낙태죄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인 안봉환 신부는 6일 “정부의 입법 예고에 대한 교회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태아가 수정된 이후 생명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가톨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개신교는 지난해 헌재 결정 당시 단체의 성향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은 반대 입장,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불교계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성계와 종교계는 입법예고 이후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여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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