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前 ‘북미대화 불씨 살리기’ 차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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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美국무 7일 방한 무산
정부, 10일 北 黨창건일 이전에 종전선언 등 메시지 구상 타격
폼페이오, 방일 일정은 예정대로 反中협력 이슈에 북핵 뒷전 밀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이달 초 한국 방문이 전격 무산되면서 이를 계기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10일) 전에 북한에 한반도 종전선언 메시지를 보내 북-미 대화 불씨를 살려 보려던 정부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애초 7∼8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과 종전선언의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지 않으면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일환으로 다음 달 3일 미 대선 전 깜짝 북-미 회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대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뒤 미 국무부는 3일(현지 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방문 업데이트’라는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장관은 이달 중에 아시아를 다시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 몇 주 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면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를 통해 한미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에서 강조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 북한에 직접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가 예상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북한군의 우리 국민 피살 사건 파장 속에서도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7일 미국으로 날아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종전선언 등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때 북한에 발신할 메시지를 사전 조율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귀국길에 오르면서 “(종전선언에 대해) 아주 폭넓고 의미 있게 이야기를 계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달 초 방한이 무산되면서 당 창건 기념일 전 폼페이오 장관이 한반도에서 메시지를 보내기는 어려워졌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방한 연기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당 창건 75주년인 10일 이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종전선언 메시지에 적극적인 반면 미국은 회의적 입장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4∼6일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북핵 이슈보다 반중(反中) 전선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국인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시점 우선순위는 북핵이 아닌 반중 전선 형성에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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