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경화 남편 미국行 국민에 실망 안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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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속 요트 사러 미국行 파문 확산… 康남편 “만날 집에 있을수는 없어”
6월에도 그리스 가려다 취소… 康 “오래 계획하고 미루다 간 것”
美사이트 판매상 “해당 요트 팔려”… 여야 “국민은 고향도 안가는데” 비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KBS 영상 캡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KBS 영상 캡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동안 국민들의 고향 방문과 국내외 여행 자제를 당부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미국에 호화 요트 구입 여행을 떠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의 조치를 남편이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무시했는데도 강 장관이 4일 “남편 본인 결정이기 때문에 귀국하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강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블로그 등에 따르면 이 교수는 미국 뉴저지 인근 뉴욕에서 요트를 구입해 미 동부 해안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 교수가 구입할 것이라고 밝힌 요트는 ‘캔터51 파일럿하우스(Kanter 51 Pilothouse)’로 부엌과 객실 3개를 갖췄다. 건조한 지 30년이 지난 중고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약 1억4000만∼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요트를 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9000만 원에 사위에게서 7000만 원을 빌리고 6000만 원 정도를 신용대출 받기로 했다고 올렸다. 이 교수가 사려던 요트가 매물로 나왔던 미국 요트 거래 사이트의 판매상은 동아일보에 “이 요트가 팔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냥 자유여행이다. (코로나가) 걱정돼서 마스크 많이 갖고 간다”라며 “만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했다. 외교부는 3월 23일부터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에 특별 여행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여행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앞서 이 교수는 6월에도 요트 구입을 위해 그리스행을 계획했다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이 금지됐음을 알고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2월에는 열흘 동안 베트남 호찌민을 여행했다. 이 교수는 이후 카리브해 프랑스령인 마르티니크섬도 여행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강 장관이 부임하기 전이기는 하나 2016년부터 본인 소유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개조해 임대사업을 할 구상을 블로그에 밝히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강 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상황에 대해 (남편이) 잘 알고 나도 설명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났다.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 간 거라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영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Yolo)를 즐긴다.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의 거취를 놓고 여권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다고 강 장관에게 이혼을 요구할 것이냐”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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