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정상급 현악4중주단의 내밀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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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에드워드 듀슨베리 지음·장호연 옮김/352쪽·1만8000원·아트북스

이올린 둘, 비올라 하나, 첼로 하나. 현악4중주는 가장 건축적인 음악 장르로 꼽힌다. 지적인 네 사람의 대담에 비유되기도 한다. 만년의 베토벤이 가장 힘을 쏟으며 내면의 불꽃을 투사한 장르다.

타카치 4중주단은 1975년 헝가리에서 창단됐다. 11년 뒤 놀랍게도 공산국가였던 헝가리 당국의 승인 아래 미국 콜로라도주로 활동 무대를 옮긴다. 7년 뒤엔 이 4중주단의 이름이었던 제1바이올린 주자 가보르 타카치너지가 팀을 떠난다. 남은 세 멤버는 바이올리니스트 세 사람을 초대해 합(合)을 맞춰본 뒤 새 제1바이올린 주자를 결정한다.

선택된 인물은 1993년 당시 24세에 불과했던 영국 출신의 줄리아드음악원 졸업생 듀슨베리였다. 제1바이올린 주자가 가장 많은 선율(멜로디)을 떠맡는 만큼 이는 놀라운 선택이었다. 현재 최장기 멤버가 된 저자 듀슨베리는 자신의 영입 과정에서부터 이 4중주단이 연주해온 베토벤 현악4중주의 역사를 회고한다.

현악4중주 연습은 긴장의 연속이다. 템포와 강약부터, 작곡가의 내면에 대한 해석까지 토론이 끊이지 않는다. 때로는 일치된 의견 없이 연주에 임해서 더 멋진 결과를 낳는다. 인간적인 친밀함이 네 음악가를 떠받치지만 ‘늘 묶여 있음’이 부담스럽다는 고백도 따른다. 비올라 연주자 가보르 오르마이를 1994년 암으로 잃을 때의 상실감도 토로한다. “상실의 아픔 덕에 (음악적으로) 더 겁먹지 않게 됐다. 슬퍼하면서 이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보았다.”

베토벤은 네 멤버보다 중요한 주인공이다. 커리어 초반에서 말기까지 베토벤의 4중주에 대한 설명과 해석, 아마추어로 4중주를 연주한 베토벤의 친구들, 후원자들의 내면과 일화는 책의 또 다른 기둥이다.

타카치 4중주단은 지난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멤버로 영입했다. 그는 “개인적인 화법으로 말을 걸며 유용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 4중주단의 단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에드워드 듀슨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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