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네 가지 빛깔의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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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손원평 지음/268쪽·1만3500원·문학동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문단 안팎으로 두루 주목 받는 손원평 작가의 신작 장편.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라 일컬어지지만 내면의 상처를 지닌 남자 도원과 매력적이지만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재인, 티 없이 맑고 발랄한 성품의 예진과 어두운 내면을 가진 호계. 각자 개성이 뚜렷한 네 남녀의 감정이 서로 교차하는 가운데 생긴 미묘한 파장들이 산뜻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커피를 홀짝이는 예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소설 도입부는 간결하고 산뜻하다. 일터에서 떨어진 건물 계단에 걸터앉아 쉬던 그는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영화 후시(後時)녹음업체 직원 도원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금방 감정적인 유대감을 느끼지만 선뜻 가까워지지는 못한다. 예진은 도원에게 마음을 열지만 도원은 티 없이 맑은 예진이 자신과는 다른 결의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

호계는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다. 재인은 일 호흡이 잘 맞는 호계를 좋게 평가하지만 사실 호계는 냉소적이고 어두운 면이 많다. 그런 그가 오픈 채팅방 정모(정기 모임)를 통해 예진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우연히 함께 연극을 보게 된 네 사람. 이후 도원과 재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와 감정은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갈라지기 시작한다.

“일종의 연애소설이자 3인칭의 다소 느릿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랑과 이별을 둘러싼 설렘과 아픔이 담백하고 편안한 문체에 녹아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프리즘#손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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