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남녀 축구선수들 임금은 왜 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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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를 갈구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고대 로마의 법학자 울피아누스는 정의를 ‘각자에게 그의 몫을 돌리려는 항구적 의지’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정의라고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본질을 평등에서 찾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가지 차원의 정의를 말합니다.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것은 같게’라는 원칙은 평균적 정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모두 같게 취급하라는 뜻입니다. ‘다른 것은 다르게’의 원칙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 차이를 고려하여 다르게 취급하라는 의미로 배분적 정의와 상통합니다.

남자 축구 선수와 동일 임금을 요구하는 여자 축구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 공격수인 메건 러피노(35·사진)를 비롯한 선수 28명은 지난해 3월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동일임금법 위반에 대한 6600만 달러(약 8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러피노는 지난해 월드컵 대회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며 골든볼을 수상한 스타플레이어입니다.

올해 5월 미국 법원은 이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경기당 수당과 누적 수당에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남자 대표팀 선수들보다 많은 임금을 받았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여자 축구대표팀의 몰리 레빈슨 대변인은 “여자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승리를 거뒀는데 비슷한 금액을 받은 것을 두고 동일 임금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에서 4회 우승했고 올림픽 금메달은 5개나 따냈을 정도로 공적 면에서 남자 대표팀보다 월등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나서 여자 축구대표팀을 거들며 대선 쟁점으로도 부각됐습니다.

임금과 별도로 그간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에서 남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금 규모는 크게 달랐습니다. 2018년 러시아에서 열린 남자 축구 월드컵 참가 팀들에 주어진 총상금은 4억 달러였던 데 비해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여자 축구 월드컵 총상금은 3000만 달러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녀 동일 임금을 향한 축구계의 움직임은 이례적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브라질축구협회는 올해 3월 자국의 남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임금 차별을 없앴습니다.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 성과에도 같은 지침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에 앞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비롯하여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도 남녀 대표팀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녀 국가대표 선수들의 임금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지위가 같으니 같게 대우할 것인가, 신체적 차이나 공적을 고려하여 달리 취급할 것인가, 아니면 흥행과 광고 수입 등 스포츠 마케팅적 측면을 우선 고려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라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제시할지 궁금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남녀#축구선수#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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