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만의 환지본처… 대법당 새로 만들어 더 소중히 모셔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달 ‘영산회상도’ ‘시왕도’ 맞은 신흥사 회주 우송 스님

10일 시왕도가 걸려 있던 설악산 신흥사 명부전을 둘러보는 우송 스님. 신흥사는 명부전 벽면에 시왕도를 복원할 계획이다. 우송 스님은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환수를 계기로 불교문화의 수호와 보존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속초=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10일 시왕도가 걸려 있던 설악산 신흥사 명부전을 둘러보는 우송 스님. 신흥사는 명부전 벽면에 시왕도를 복원할 계획이다. 우송 스님은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환수를 계기로 불교문화의 수호와 보존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속초=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8일 설악산 신흥사는 경사를 맞았다. 1954년 미군이 무단 반출한 것으로 추정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와 시왕도(十王圖)가 66년 만에 돌아오는 이운식(移運式)이 열린 것. 영산회상도는 1755년(영조 31년) 그렸다는 발문(跋文)이 있는 가로 4m, 세로 3.3m의 대형 불화다. 신흥사 극락보전(보물 제1981호)의 후불화로 조선 후기 불화의 수작이라는 평가다. 시왕도는 1798년(정조 22년) 조성된 것으로 전체 4화폭 10대왕 중 이번에 3화폭 6대왕이 돌아왔다. 10일 신흥사에서 만난 회주(會主·큰 사찰의 어른 스님) 우송 스님은 “큰 기쁨 속에도 신흥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태풍과 폭우 피해가 커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난달 이운식을 거행했다.

“환영 법회를 크게 해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건이 좋지 않아 이운식을 통해 인사했다. 두 불화는 유물전시관에 보관 중이다.”

―환수의 의미는 무엇인가.

“두 불화는 6·25전쟁 뒤 혼란기에 사라졌다 이번에 제자리를 찾는, 환지본처(還至本處)했다. 우리 불교문화와 민족문화의 정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성과 각성이 필요하다.”

―무단반출에 관한 기록은 있었나.

“기록은 특별히 없었다. 하지만 부처님과 탱화는 같이 조성하기 마련인데 극락보전 탱화는 시기가 맞지 않고, 명부전 벽면은 비어 있었다. 그러다 2007년경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있는 불화에 ‘설악산 신흥사’라고 써있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신흥사와 조계종은 물론 강원도와 속초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LACMA와 CJ그룹이 환수에 힘을 합쳤다.”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나.

“두 불화가 본래 있던 산사로 돌아가고 특히 불자들의 신행(信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게 LACMA 측의 뜻이다. 귀한 뜻이라 영산회상도는 청동대불 앞에 통일대법당을 조성해 모시려고 한다. 내년 초 착공해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시왕도는 명부전을 정비해 비어 있는 벽면에 복원한다.”

―오현 스님 2주기가 지났는데….


1954년 무단 반출됐다가 최근 신흥사로 돌아온 영산회상도(위 사진)와 시왕도 일부(아래 사진). 신흥사 제공
1954년 무단 반출됐다가 최근 신흥사로 돌아온 영산회상도(위 사진)와 시왕도 일부(아래 사진). 신흥사 제공
“스님의 그늘이 그렇게 넓고 깊은 줄 몰랐다. 스님의 평소 가르침과 말씀들이 많이 생각난다. ‘많이 베풀어라’ ‘인재를 길러라’ ‘설악산과 신흥사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신흥사 주지로 10년이 넘었다.

“가람은 많이 정비됐으니 포교에 앞장서야 한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지역 주민의 어려움도 어루만지겠다. 또 절 집안은 수행 풍토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신흥사 선방 옆에 무문관을 조성할 생각이다. 관광객이 많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바깥세상 얘기도 자주 접하나.

“산중에서는 안 듣고 안 봐야 하는데…. 법구경에 ‘면상무진공양구 구리무진토묘향(面上無瞋供養具 口裏無瞋吐妙香),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이로다’라고 했다. 화합해도 힘든데, 상대방에게 상처 주고 자신만 시원하려고 쏟아내는 독설이 세상을 더욱 어지럽고 힘들게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이들을 위해 조언해주신다면….

“이 고통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가 겪고 있다. 자신뿐 아니라 남도 안전하도록 마음을 쓰고 배려해야 한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 초심을 지키면 언젠가 바른 깨달음, 정각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초심을 잘 지켜야 승속을 막론하고 어려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속초=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영산회상도#시왕도#신흥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