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물러서지 않는 김정은에 “로켓 쏘는것 말고 다른 건 안하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3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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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결렬에 당황한 김정은 “그게 무슨 뜻이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를 강하게 몰아붙였고 협상이 결렬되자 김 위원장이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추가 발사하면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5일 공개되는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의 북한 관련 내용이 담긴 부분을 입수했다.

● 트럼프의 하노이 결렬 선언에 당황한 김정은
이 책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는 도움이 안 되고 둘도 도움이 안 되고 셋도 도움이 안 되고 넷도 도움이 안 된다. 다섯은 도움이 된다”며 다섯 곳의 핵 시설을 모두 폐기하라고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영변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시설”이라며 영변만 없애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은 가장 크지만) 가장 오래된 곳이다. 나는 이 핵시설 하나하나를 다 안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맞받아쳤다.

김 위원장이 그래도 물러서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하늘에 로켓 쏘아 올리는 것 말고 다른 것은 안 하느냐. 영화나 보러가자. 아니면 골프나 치러 갈까”라고 화제를 돌리려는 듯하다가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협상 결렬을 시사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순간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나의 친구다. 당신이 아주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난 떠나야 겠다”고 못 박았다.

책에는 2017년 미국과 북한의 전쟁 위험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고조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드워드가 ‘ 당시 북한과 꽤 전쟁과 가까이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갔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의 한 항구를 폭격하려 했지만 전면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가 ‘김정은이 ICBM을 다시 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쏜다면, 그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큰, 큰 문제.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큰 문제”라며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 “김정은, 장성택 참수해 전시”
지난해 판문점 회동 이틀 뒤인 7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22장의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에게 핵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빅딜’을 성사시킬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썼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달 여 뒤인 8월 5일 보낸 답장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계속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하면서 “지금도 앞으로도 남한 군대는 우리의 적이 될 수 없다. 남한 군대는 우리 군에 상대조차 안 된다”고 폄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의 얘기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고모부를 죽였고 그 시신을 고위 관료들이 이용하는 건물의 계단에 뒀다. 그의 잘린 머리는 가슴 위에 놓였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교활(cunning)하지만 스마트하고 터프하다”며 “북미 관계는 이전보다는 덜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가 날 좋아하고 내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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