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인데 학원비는 그대로? 교육부 가이드라인 ‘무용지물’

김수연기자 입력 2020-09-09 20:24수정 2020-09-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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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애 학원은 원비를 그대로 받는 거죠?”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학부모 A 씨의 자녀는 벌써 약 2주째 영어학원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수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학원 대면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달 수업의 절반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수강료는 그대로다. A 씨는 “아무래도 원격수업은 집중도가 떨어지는데 똑같은 돈을 내라니 손해 같다”며 “깎아달라고 요구하기도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서울 경기 인천 지역 학원들의 집합수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이후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원이 크게 늘었다. 그러면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수강료 조정이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학원들의 적정 수강료 가이드라인을 4월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것이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는 학원들은 기존 학원비보다 수강료를 덜 받아야 한다.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을 할 경우엔 기존 수강료의 70%, 녹화 영상을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면 40%까지 낮춰야 한다. 두 방식을 혼합하면 수강료는 기존의 40~70% 선에서 책정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담겼다.

하지만 학원마다 수강료 조정 폭은 제각각이다. 아예 인하하지 않는 학원도 많다. 경기 지역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은 90%까지 받겠다고 하고 초등 수학 학원은 100% 그대로 다 내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강료는 기존의 70%만 받는데 그 대신 강의 시간을 10분씩 줄였다”고도 전했다.

현장에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무용지물인 이유는 애초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학원과 학부모 측의 혼란이 커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학부모가 동의하면 각 학원이 가이드라인보다 많은 돈을 받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한달 중 절반 가량이 원격수업으로 대체됐는데도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원비를 내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초등 3학년 학부모 김모 씨(34)는 “학원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대면수업에 버금가는 비용은 과한 것 아니냐”며 “교육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원 관계자들은 원격수업이라고 해서 수강료를 마냥 낮추기는 어렵다고 항변한다.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느라 각종 기기를 구매하고 보조강사를 채용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학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수강료를 일괄 제한하면 고사 직전의 학원업계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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