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교육당국의 ‘정책 파트너’ 전교조, 입김 세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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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News1
사실상 합법화를 의미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부의 교육정책 수립과 시도교육청 행정에 미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외노조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교육당국과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정책적 파트너’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 입김이 한층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교육분야 국정과제에 담긴 자율형사립고와 국제중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은 전교조가 오래 전부터 요구한 내용이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대표적인 교원단체라는 이유로 대입 정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등교 방침 등 각종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전교조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부 주요 간부 중에도 전교조 출신 교사가 많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직접 전교조를 방문했다. 2013년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뒤 교육부 장관이 방문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의 김진경 의장은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 출신이다. 또 상당수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정책협의’라는 이름으로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 판례상 노동단체는 어느 정도의 교섭 권한이 있다’며 지난달 새로운 단체협상을 시작했다. 파기환송심을 통한 판결 확정 또는 고용노동부의 조치가 있기 전까지 계속 법외노조이지만,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곧 단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향한 전교조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교원평가 폐지와 교원 성과급 차등 지급 폐지, 교장자격증 폐지 및 교장공모제 확대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을 확대하는 기조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는 교원의 선거운동과 정당가입을 요구하는 법 개정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혀 왔다. 이런 내용들은 현재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전교조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전개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학교 현장에 논쟁과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계의 오래된 갈등이 해소되고 법과 행정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길 기대한다”며 “단체교섭, 노조 전임자, 사무실 지원, 직권면직자 복직 등 후속조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을 만나 “서울교육의 동반자로서 혁신 미래 교육 실현을 위해 전교조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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